콘텐츠로 건너뛰기
Home » 20080621 :: 한나라당과 함께 하는 과학 한국의 밝은 미래

20080621 :: 한나라당과 함께 하는 과학 한국의 밝은 미래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도 믿고 먹으면 안전

100분 토론을 라이브로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니와, 원래 개그 프로 아니면 TV 시청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 제가 요즘은 인터넷에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100분 토론 영상 조각들을 이리 저리 찾아 모아 보고 있습니다. (P2P 같은 곳을 좀 뒤져보면 full 영상이 있을 법도 하지만, 다운로드 기다리기가 싫어서;;) 지난 주 임헌조 열사의 활약상이 담긴 영상은 잔잔한 감동까지 불러 일으켰는데, 이번 주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내용으로 기다린 보람이 있도록 만들어주시더군요.
아무튼 소고기 찬성측 입장(주로 한나라당 혹은 뉴라이트 등등)에서는 여전히 ‘과학적’이라는 말을 자꾸 거들먹거리면서 심지어는 광우별 소고기조차도 SRM을 제거하면 안전하다는 등의 헛소리를 알람 시계처럼 반복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노라면,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면서도 ‘이 나라에서 돈이 얼마나 좋은 거면’ 사람이 저런 식으로 아무런 스스럼없이 기꺼이 망가질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 듭니다. 아무튼 저는 적어도 한나라당 쪽에서는 ‘과학’이라는 단어는 좀 안 들고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아, 물론 이 점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의 단편적인 기억이 그 근거로 자리하고 있지만요

아부지, 이딴 신문을 보고 그래요

IMF가 터지기 직전이던 시절, 우리 경제 잘 나갔다고 많은 분들이 회상하지만 우리 집안 살림은 여전히 어렵기만 했던 그 때에 울 아부지는 ‘조선일보’를 구독하고 계셨습니다. 봄 무렵에, 학교 행사(축제 아니면 시험 내지는 스승의 날이었다거나…) 관계로 좀 일찍 집에 돌아온 날이었어요. 집에 돌아오니 식탁위에 안 펼쳐본 신문이 있더군요. 어려서부터 글 읽기를 좋아했으나 중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글 읽는 것이 왠지 힘들어져서 신문을 멀리한 저였지만 신문 사이에 끼인 찌라시들부터 슬슬 보다가 신문을 들었는데, 맨 뒷 페이지 하단에 큼지막한 광고(라고는 하지만 당시에는 무슨 ‘공고’처럼 보였습니다. 왜 새로운 법률이 시행된다거나 할 때 알리는 그런 뉘앙스 있잖아요)가 눈에 띄었습니다.
신한국당 의원(당시에 정치에 ㅈ 자도 몰랐던 시절이니 누군지 이름을 알리도 없었고 기억도 안납니다) 모씨가 추천하는 과학 강국으로 대한 민국이 나아갈 밑바탕이 될 거라면서 뭔가를 강추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추천하는 사람의 이름과 직함이 광고 하단에 그것도 볼드체로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신한국당 국회의원 ㅇㅇㅇ ] 이런 분위기로요.  내용인 즉슨, ‘[무한동력장치]를 개발한 사람을 우리가 발굴했다. 앞으로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 뭐 이런 거였습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란게 지금처럼 보편화 된 것도 아니었고(그냥 PC통신 시절) 어차피 ‘이뭐병’이라고 생각하고 쌩까는 분위기를 타고 담담히 사라져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광고가 있기만 하고 정말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그날부터 틈틈히 신문이나 TV뉴스를 간간히 살펴보긴 했었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러한 점에 대해 한마디 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그런데 저는 굉장히 마음에 걸렸습니다. ‘무한동력장치’라 함은 연비100%(혹은 그 이상)의 기관을 말합니다. 즉 물도 안 넣어도 작동하는 엔진이라는 이야기지요. 아무런 과학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상식’만 있다면 이 세상에(구체적으로는 자연계에서는) ‘들이지 않고 얻는 건’ 없다는 것을 누구나 직감하고 있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처음엔 좀 의아하게 느껴지더니 조금씩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정도의 상식이나 판단력이 없는 사람이 ‘국회의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부지께 살짝 말씀드렸습니다. 무한동력기관 광고 보셨냐고.
학교를 다닌 경력이 별로 안되는 울 아부지도 통상적인 내연기관의 효율이 20%에 못미친다는 사실은 알고 계십니다. (운전하셨거든요) 그러면서 ‘사기꾼 놈들이야’ 라고 그냥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 그런데 지금 바로 오늘 저는 그 신문의 광고를 다시 한번 찾아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습니다. 정확히 언젠지는 모르고, 또 10년도 더 된 과거의 일이다보니 인터넷이나 이런 델 뒤져도 찾기는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튼 ‘정치인’이라는 작자들의 상식과 소양은 대충 ‘그 정도 선’에 머무를 것이라는 생각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TV에 나와서 온갖 똑똑한 척 다 하고, 주식도 잘해서 짭짭하게 돈 좀 만졌다던 ‘고’ 변호사님도 ‘정치인’ 부류로 편입되자 마자 대운하를 매우 찬성하는 모습을 보며 그 때 어린 머리에서 느낀 생각이지만 지금이라고 뭐 틀리지는 않았다는 생각도 들구요.

아무튼 또 기대를…

아무튼 신한국당과 과학 한국은 그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 있은 직후, IMF를 맞아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어쨌거나 이래 저래 10년의 세월이 지났는데 여전히 신한국당의 피를 이어 받은 한나라당에게서는 공사장 먼지 냄새만 물씬 날 뿐 아무래도 여전히 앞으로도 과학 한국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거라는 생각이 드는 군요. 하지만 이들의 지나친 영민함이 국민들을 계몽하여 스스로가 ‘과학 경쟁력’을 가지는 때가 올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어쨌거나 한나라당과 함께하는 과학 한국의 모습이 어떨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아, 그리고 그 무한 동력 이야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니더군요. 구글에서 이래저래 검색해봤더니, 여기서 말하는 ‘발명가’가 그 때 신문을 탔던 그 아저씨 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이분도 10년 넘게 끈기를 가지고 열심히 활동 중에 계십니다. 이래 저래 이메가 아저씨와 비슷해 보여서 그다지 측은해 보이지 않는 것은 최근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려 시력이 안 좋아진 탓이려니 생각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