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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4 :: 삼국지 – 용의 부활

힙합 간지 가득한 캐주얼 삼국지 영화

삼국지는 최소한 중국과 한국에서는 가장 유명한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이미 ‘이문열의 삼국지 평전’이 나와 논술 고사를 앞두고 있는 입시생들의 불안감을 자극하여 엄청난 판매 수익을 올리기도 했었고 혹자는 삼국지를 몇 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도 하지 말라며 삼국지를 하나의 소설이 아닌 인생에 비유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만큼 유명하다보니 무협비디오시리즈나 영화, 드라마, 심지어는 애니메이션까지…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라디오 드라마 같은 걸로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삼국지는 아무 많은 매체로 ‘이식’ 되었으며 학생용 아동용등의 (역시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여성용이나 신혼부부용도 있지 않을까…) 다양한 버전으로도 그것도 여러차례 다시 만들어지고 다시 만들어진 역사가 있습니다.

어쨌거나 완전 멋있으신 유덕화 옹께서 (묵룡에서 절정간지를 이미 보여주셨잖습니까) 나온다 하셔서 한번은 봐줘야겠군 하는 생각도 들었더랬습니다. 어쨌거나 금요일 저녁 퇴근 후, 회사 분들과 무려 관람권으로 보게되었지요.( 보고 싶어서 봤다기보다는 시간에 맞추다 보니;;;) 끝장 기대작인 원티드와 아이언맨의 예고편 (아이언맨 예고편은 2편씩이나 나오더군요)이 지난 후 본 영화가 시작될 때 익숙한 태원미디어의 이름이 보였습니다. 보아하니 국내 영화사에서 글로벌프로젝트라면서 만들기 시작한 영화에, 중국이야 상해 올림픽 대박 홍보용 차원에서 팍팍 지원한 티가 났습니다. 그래서 구름이 장대한 광경을 연출하는 오프닝 크레딧에서부터 뭔가 불안한 느낌이 화면에 뿌려지는 구름처럼 스믈스믈 온몸을 휘감았다지 뭡니까.
많은 보도 자료나 블로그 등등을 접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본 영화는 기존의 삼국지 기반 영화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바로 ‘조자룡’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이 좀 이색적이라면 이색적이랄까요,어쨌든 색다른 건 사실입니다. 게다가 주인공이 유덕화옹이라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그리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조자룡’이라는 영웅의 이야기에서 인생무상을 이야기하려는 감독의 의지는 잘 전달이 되고 있지만 영화는 너무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욕심이 지나칩니다. 영화의 액션장면 중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규모 전투씬과 중국 영화 특유의 스펙터클한 경관은 어딘지 모르게 부족해보이는 (심지어는 촛점이 제대로 맞지 않아 의식적으로라도 눈을 찡그리는 경우도 있었구요) 아쉬움이 있었고,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액션이 ‘슬로모션’으로 처리된 나머지 80년대 한국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자룡이 군에 지원해서 유비의 아들을 구출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의 전반부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관람층을 너무 폭넓게 의식한 나머지 약간 디즈니틱한 액션 묘사는 좀 아쉬웠지만 서도 말입니다. 하지만 영웅의 일대기를 담는다고 하면서 역설적으로 단 몇 마디 나레이션으로 그의 전성기를 흘려보내버리는 파격에 이르러서는 ‘뭥미’라는 감탄사를 뿜게 만들어주더군요. 오호장군 중 조자룡만이 살아 남아 퇴역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이르러 이야기는 다시 진행이 됩니다. 여기서부터 영화의 스타일은 급반전을 맞이합니다.
일단 새로운 라인업의 면면을 살짝 사진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얘네들은 각각 관우의 아들과 장비의 아들이랩니다.


이 분은 조자룡의 충직한 부하되겠습니다.


여기는 조조의 손녀인 조영(가상의인물)과 그의 행동대장님이세요

물론 한차례 세대 교체가 일어난 이후의 시간대로 급진전해버린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고전 무협 활극에서 힙합간지 철철 흘러넘치는 아메리칸 갱스터 무비가 된 것이 아닌가 싶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합니다.
홍콩 여배우 사생활 사진 유출 사건 (사건명 : ‘홍콩보내주세요’) 이후 우리나라 뿐 아니라 온 아시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메기 큐가 나와 영화의 홍보에 어쩌면 도움이 되었을런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의 등장인물은 온통 ‘왜 나왔나’하는 미스테리에 싸여 있는 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영화를 중반부부터 보게 된다면 성공과 돈을 위해 비열하게 경쟁하는 힙합 뮤직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들 사이의 암투를 풍자한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종종 든다는 거죠.
어쨌든 좀 어이 상실로 영화를 멍때리며 보긴 했지만 다행히 끝까지 보기는 보았습니다. 하지만 내내 아쉬웠던 것만큼은 절대로 절대로 부정할 수가 없네요. 적어도 많은 것을 이루려 노력했지만 결국 나중에 인생무상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면, 적어도 그가 그것을 이루려는 과정을 그리 휭하게 날려버릴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조자룡의 장렬한 죽음은 꽤 멋지게 (이미 남발할대로 남발해버린 슬로모션에도 불구하고!) 묘사되었지만 결국 난 뭘보았나 뻥진 표정으로 극장을 나섰습니다.
영화의 교훈 – 원 나잇 스탠드의 허무함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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