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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6 :: 크리스마스, 국경의 밤

루시드폴의 3집 콘서트를 크리스마스 당일에 다녀왔습니다. 급히 표를 구했더니 이미 매진이었지만, 운 좋게도 나온 표가 있어서 잽싸게 여친님이 낚아채어 구매를 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미 미선이 시절에서부터 우울한 감성의 가장 위꼭대기를 차지하던 정서와 더불어 안개 자욱한 강을 연상케하는 목소리는 비록 인디씬에 발을 딛고 서 있기는 하지만 ‘감성만발우울간지’에 있어서는 이미 10여년전에 대한민국을 평정했다고 보아도 큰 탈이 없을 듯 합니다. 오히려 지난 번 앨범인 ‘오! 사랑’에서의 밝음(보이나요?, 오!사랑)이 되려 충격적인 변화로 느껴졌다시피 했으니까요.
어쨌거나 그 매력적인 보컬의 효과로 인해 극도로 슬픈 노래, 그리고 어딘지 알아듣기 힘든 노랫말은 어쿠스틱 기타 선율과 함께 묘한 아름다움으로 승화됩니다. 저도 뭔가 초상집 5초전 분위기로 공연이 휩쓸려 가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매우 강력한 공연이었습니다.


유일하게 사진촬영이 가능했던 ‘들꽃을 보라’를 부르는 조윤석님 (혹은 옵하)
두말할 나위없이 공연은 너무나 좋았습니다.  기나긴 공연시간이 (거의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애 많이 쓰셨음)지루하게 느껴질 틈이 없이 3집의 수록곡들과 예전 곡들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요. 개인적으로는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와 ‘날개’를 들을 때 이를 악물고 돋아나는 소름을 참아야 했습니다. (최고최고 ㅠㅠ)
클라이막스를 장식한 ‘사람이었네’는 사실 좀 민중가요틱한 구석이 있습니다. 노골적으로 착취를 이야기하는 가사하며… 솔직히 이러한 노래를 타이틀로 정하는 것 자체가 크나큰 용기를 필요로하는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나 어떤 사회적 메세지를 담는것 자체가 사회 문제를 감성적으로 물타기 한다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지어는 ‘자우림’조차 그런 지적을 받기도 하니까요) 대단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공연에서 공개한 ‘본래의 버전’은 약간은 많이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거의 ‘전위적’이라고 생각이 들만큼 강하고 폭발하는 듯한 느낌의 마무리는 너무나 격해서살짝 마음을 졸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루시드폴 아니 조윤석씨 개인의 무기력했던 (어떠한 의미에서는 무기력할 수 밖에 없었던) 20대에 대한 반성이자, 일종의 보상 심리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뭔가 속에서 뜨거운 게 올라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루시드폴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물론 아직도 여전히 매체에서 많이 접할 수 없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물론 개인적으로도 잘 알지 못하지만, 음악에서 느껴지는 정서… 그런 것들을 조금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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