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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 쉽게 이해하기 – 누가 제일 개객끼인가요.

개인적으로 카카오톡에 대해서는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작년 이 맘때쯤 네이트온 털렸을 때 잠깐 언급했는데, 사용자 휴대폰의 주소록을 모조리 서버로 업로드해가는 카카오톡은 여전히 승승장구 하고 있고, 그 성공이 빼어난 서비스모델이나 훌륭한 기업의 자세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여전히 이 저주받은 IT강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형편없는 보안 의식 수준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들이 카카오톡의 음성 통화 모델을 가지고 양아치짓을 벌이고 앉아있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한 마디 안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포스트를 열어본다.
그러니까 통신사들의 주장을 보면 “음성통화는 단순히 텍스트가 오가는 것보다 몇십배나 많은 데이터를 전송해야 하고 따라서 수십배의 트래픽을 유발한다. 공짜 앱이 이렇게 큰 트래픽을 유발하는 것은 우리 통신망에 부담을 주고 자기네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가는 무임승차이다. mVOIP (모바일 통신망을 통한 음성 통화)에 대해 요금을 부과하는 별도의 통신 요금 체제를 승인해 달라”는 거다.
말이 어려울 수는 있는데, 쉽게 이야기하자면 한곡의 노래 가사는 약 1kb 정도면 충분히 적을 수 있는데 반해 실제 노래 파일은 약 3~4메가 정도 된다. 즉 음성 통화는 문자 메시지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네트워크 사용향을 유발하게 된다. 그런데 수백만에 달하는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음성 통화를 시작하면 무선 통신망에 지나친 무리를 줄 수 있으니, 이런 위험부담에 대해서 또 돈을 받고 싶다는 주장이다.
얼핏 듣자하니 그럴싸하다. 트래픽이 많아지면 망 확충을 위해서도 추가 투자를 해야하고  그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니 기업에게도 뭔가 돌아가는 게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개 사기이고, 진짜 둘도 없는 양아치 짓거리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굳이 메신저앱의 음성 통화때문에 돈을 추가로 안 받아도 통신사는 이미 이중으로 돈을 받고 시작하는 장사이다.
좀 살펴보자, 카카오톡으로 친구에게 메시지나 사진을 보내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1) 나의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 서버로 해당 메시지 내용이나 이미지 파일이 전송된다.
2) 카카오톡 서버는 친구의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받으라는 신호를 준다.
3) 친구의 스마트폰이 카카오톡 서버로부터 메시지의 내용과 이미지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다.
이 전체 과정은 모두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 작용이다. 1)의 과정에서 당신은 데이터 요금을 낸다. (혹은 정액제 중 지정된 데이터 통화량이 차감된다.) 2,3)의 과정은 사실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는데 여기에서 당신의 친구가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친구가 데이터 요금을 낸다. (역시 정액제에서 차감되겠지.)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카카오톡은 1), 2), 3) 모든 경우에 대해 트래픽에 대한 요금을 또 낸다.
즉 A -> B 로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A도 돈을 내고 B도 돈을 내야한다. 카카오톡은 중간에 서버가 중계를 하기 때문에 A -> B -> C의 경로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도 경로 내 모든 플레이어가 돈을 내고 있다.
즉 카카오톡은 이미 망 사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고, 여러분과 여러분의 친구도 그렇게 하고 있다. (오잉?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서 대전으로 편도로 갔는데, 도로공사는 도로비를 2번 받았다???)
이 이야기를 논리 정연하게 풀어낸 미디어 오늘의 아래 기사를 읽어보기 바란다. 꼭 읽엉 두 번 읽엉….
경고만 하면 뭐하나… 방통위가 한국 인터넷을 망치고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 분명히 있다. 그래서 좀 쉽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데이터를 김밥에 비교해 보겠다. IT 강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안하면 이해 못할 것 같다.
김밥천국에서 김밥을 한 줄 1000원 주고 사 왔다. 그런데 시간도 별로 없고 배가 너무 고파서 빨리 먹고 싶다. 그래서 한 번에 두 개씩 집어먹었다. 그런데 김밥천국에는 ‘더블김밥’이라고 해서 시간이 없는 사람을 위해 두 배 두께로 잘라놓은 김밥 한 줄이 2000원이다. 암튼 내가 한 번에 두 개씩 집어 먹었더니 김밥천국이 나한테 김밥에 무리를 준다라며 돈 더 내놓으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1000원주고 사온 김밥이나 2000원 주고 사온 김밥이나 양은 똑같은 판국이다.
하기사 옛날에 KT는 이런 짓거리도 했었다. 바로 공유기를 사용해서 집에 2대 이상의 컴퓨터를 동시에 인터넷에 물리는 집을 발견해서 추가 요금을 물리려는 짓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그냥 당하고 돈을 더 낸 사람들도 있었던 것도 같은데 정확한 결말은 모르겠다. 어쨌든 인터넷 전화며 IPTV며 집안에 공유기가 필요한 서비스들을 내놓으면서 흐지 부지 되었다.)
이 것 역시 내가 한 줄에 1000원 하는 김밥을 돈 1000원 내고 사와서 동생이랑 둘이서 나눠먹었더니 김밥천국이 돈 더내놓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형국이다.
지금 이통사들은 사실 정부의 허울 뿐인 규제 속에서 철저히 독과점의 위치를 누리면서 손쉽게 장사해왔다. SKT가 1년 동안 마케팅에 쏟아붓는 돈은 2조원. 국내 이통시장의 절반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데, 모든 가입자들은 매달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에 이르는 돈을 따박따박 현금으로 갖다 바치고 있다. 이보다 쉬운 장사가 어디있나?
데이터 무제한 요금 때문에 자기 발목 잡은 것 같아도 순 뻥이다. 이미 통신사들은 QoS정책을 통해 3G망으로 데이터를 좀 쓴다 싶으면 속도를 제한해 버린다. 그러면서 속도가 느리다고 항의하면 자기네는 테스트해보니 속도 빵빵 터진단다. 당연하지 너네가 내 폰은 대역 확 줄여버려서 내꺼는 안나오지만 너네 테스트 장비는 빵빵 터지겠지. 애초에 작정하고 트래픽을 동내려해도 방해를 받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사실상 3G 네트워크의 속도는 이론상 14Mbps로 지금 서울 시내에서 퇴근길에 트위터로 사진하나 보는데 역하나 지나는 사람들에겐 광속의 LTE에 버금가는 규격이다.
게다가 통신사에서 가장 뛰어난 두뇌들이 모여서 만드는건 걔네들의 시스템이 아니라 요금제이다. 그런 요금제를 우리가 쓴다고 이통사가 손해를 본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심지어 KT는 김밥 한 줄을 썰지도 않고 통째로 먹는다고 김밥을 빼앗아 버린 전력도 있다. (삼성 스마트TV에 대해 인터넷 차단 조치) 이정도면 양아치짓을 넘어서 범죄다. 이런 양아치 집단을 옹호하고 비호해주는 방통위를 보면 역시 이 땅에서 진리는 “공무원 개객끼” 밖에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방송 뉴스들은 뭐 다들 방통위 눈치 봐야할테니 카카오톡 음성 통화 그대로두면 재앙이 올 거 처럼 이야기하는데, 그런데 속지 마시라. 언론사야 정말이지 IT 강국에 사는 글로벌 스마트 호구 좀 만들지 말자. 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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