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13
아마 요 앞 11편이 제인이의 백일 즈음에 쓴 글이었는데, 너무 오랫만에 쓰는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이다. 제인이는 다음달 두 번째 월요일이 되면 딱 7개월을 채우고, 이제 8개월째에 접어드는 아기가 된다. 뭐 그간 있었던 일들이나 발달 과정에 대해서는 아내가 쓴 겪어야 아는 여자에 소상히 올라오고 있었고, 그걸 다시 정리하기도 좀 그래서 오늘은 간단히 제인이에게 몇 마디 남기는 것으로 육아일기를 대신하려고 한다.
제인이에게
제인아, 뭐랄까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할 때 아빠는 조금 조심스러워진단다. "우리 제인이는 이러이러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어찌보면 별 것 아니지만) 네 삶을 한정짓게 될까봐 약간은 망설여지기도 하는구나. 세상 모든 부모에게 자기 자식은 참 특별한 존재란다. 단지 내가 낳았다는 이유말고도 참 여러 가지로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비단 네가 내 새끼라는 이유로도 너는 엄마와 아빠에게 무척이나 특별한 사람이지만, 엄마와 아빠는 아마도 너를 처음 갖게된 걸 안 그 때부터 조금 다른 생각도 하곤 했단다. 제인이는 엄마 아빠에게 참으로 특별한 사람인데, 그런 의미가 아닌, 보다 일반적인 의미의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말이다.
오늘 아기띠에 우리 딸을 매달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계속 곤히 잠든 얼굴을 보니, 소심한 엄마아빠도 그 생각에는 점점 힘이 실어지고 마는구나.
어쨌거나 아가야. 네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달리기를 잘하든 못하든, 그림을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을 잘하고 못하는 데 있지 않단다. 잘하고 못하는 재능을 떠나 너는 너만의 방식으로 살면서 배우거나 겪게될 것들을 하나하나 깨우쳐 나갈거라 믿는다. 그리고 거기서 잘하거나 못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는 걸 항상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네가 배우고 겪어서 그것이 네 경험이, 네 일부가 되어 간다는 점이란다. 알게 모르게 겪어나가는 하루 하루가 모여 네 삶을 이루고 네 자신을 만들어 나가니, 그 안에서 너만이 느끼는 방식으로 행복을 만들어 나가면 좋겠구나. 크든 작든 네가 느끼는 행복들로 네 인생을 채워가며 살았으면 좋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