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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11,12

백일

지난 주말은 작은 사람이 세상에 나온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고, 외활머니의 60번째 생신과 겹쳐서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를 가졌다. 작은 사람은 한 달 정도 못 뵈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다시 만났고. 서울로 올라온 한 달 사이에 아마도 그 이전 60일동안 자란 것보다도 더 많이 큰 것 같다. 서울에 올 때까지만해도 그저 작은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의엿한(?) 아기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에서도 작은 사람이라는 별명 대신, 이름을 불러주는 게 맞을 것 같다. 제인아 백일 축하한다. 지금껏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주어 고맙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주렴. 사랑한다.

시선

갓난 아기들은 눈은 뜨고 있지만 시각이 온전하지 못하여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생후 한 달쯤이 되면 흑백의 화면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고 아주 좁은 범위에 대해서는 초점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게 된단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기의 시각은 점차 제 기능을 갖추어 나가는데 색도 구분하게 되고, 제법 가까이에 있는 엄마, 아빠의 얼굴을 볼 수도 있고 또 조금은 멀리 있는 바깥 풍경도 조금씩 분간을 한단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아기를 데리고 외출을 하는 건 꽤나 큰 모험이었는데, 최근 두 번의 외출 -마트와 백화점-에서는 이제 슬슬 ‘구경거리’들에 관심을 보이는 제인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차에 타는 것도 싫어하던 아기가 이제는 바깥 구경에 정신이 팔리기도 한다.

 

겪어야 아는 여자의 남자 – 08

아기띠

작은 사람은 아직 아기띠를 하기에는 작지만, 또 요만한 아기들을 아기띠에 안전하게 태우기 위해서 중간에 완충작용을 하는 신생아용 아기띠 패드가 있더라. 사실 처형으로부터 이걸 받아왔는데 이런 게 있는지도…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다가 나중에야 알게되어 며칠전에 아내는 처음으로 아기띠를 시도해 보았다고 한다.

아기띠를 써서 아이를 안으면 일단 두 손이 자유롭다. 두 손이! 물론 아기를 계속 앞쪽에 매달고 있어야 하기는 하지만, 팔도 안아프고 두 손이 자유롭기 때문에 이 상태로 분유를 타거나 다른 어떤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아 이것은 그야말로 매직 아이템. 인류가 구석기 시대에서 신석기 시대로 발전하는 커다란 도약에 비견될 수 있을만한 발전이라 하겠다.

게다가 상당히 타이트하게 (내가 배가 나와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아이와 배가 접촉하게 되어 처음 장착(?)할 때는 좀 바둥거리고 짜증도 내는데 거의 수 분내로 아기가 잠이 드는 기적을 보게 된다. 덕분에 한 일주일 정도는 공포의 잠투정은 아기띠로 제압되었다고 한다.

아기띠를 메고 있으면 작은 사람은 두 손을 가지런히 자기 턱 밑으로 모으고 잠을 자게 되는데, 이 모습이 마치 다람쥐 같이 너무 예쁘더라. 아내가 공유해준 사진을 보면서 아, 이거 꼭 해봐야지 했는데 지난 주말에 드디어 아기띠를 메고 아이를 재울 기회가 왔다.

잠이 든 아이는 예의 그 다람쥐 포즈로 잠이 들었다가 이내 아빠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어서 완전 편하게 잘도 잔다.

덕분에 지난 주말에는 아이를 바닥에 눕히고 그 옆에서 함께 낮잠을 자는데 성공했다. 갓난 아기일 때는 옆에 눕는 것도 조심스럽고 걱정돼서 맨날 떨어져서 잤는데, 아이를 품 옆에 바싹 두고서 같이 낮잠을 잘 수 있다는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여러 모로 새로운 느낌이었다.

요즘 폭풍 성장 중인 작은 사람은 속눈썹도 길어지고 점점 예뻐지고 있다. 또 얼른 보고 싶은데, 주말은 여전히 더디게 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