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0 :: 구글 크롬 광고 영상

인터넷 광고 회사의 TV 광고

구글은 세계 최대 규모의 검색 트래픽을 자랑하는 검색 엔진이며, 인터넷 광고 회사인 동시에 웹 브라우저 개발사입니다. 구글은 지난 주말부터 자사의 웹 브라우저인 구글 크롬의 TV 광고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관련내용 : http://blogs.reuters.com/mediafile/2009/05/09/google-makes-a-tv-ad/) IT 기업이 자사의 제품을 TV로 광고하는 것이 어색할리 만무한 일이긴 합니다만 왠지 애드센스로 유명한 구글이 TV 광고를 한다는 점은 약간 야릇한 재미를 선사하는 듯 한데요, 그 구글로서도 그만큼 크롬의 점유율을 높이고 싶은 욕심이 큰가 봅니다. 그리고 여전히 웹 브라우저 전쟁은 치열하게 진행 중이구나 하는 느낌도 받는 군요. 하지만 구글의 TV 광고는 이러한 치열함은 살짝 가려놓은 채 매우 복고적이면서 유머러스한 영상을 보여주는 군요! Fast Browser 부분에서는 좀 뿜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벽돌 깨기를 연상케하는 다른 광고 영상도 있지만, 제가 소개하고 싶은 영상은 아래의  youtube.com에 공개된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chrome 광고 영상입니다. 음악과 절묘하게 매칭되면서 깔끔하고 풍부한 색감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최고 최고!

저도 메인 브라우저는 크롬을 쓰고 있습니다. 사용하는 노트북이 참 오래된 녀석이라 사양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파이어폭스 3.5 beta 4와 비교했을 때도 훨씬 빠르다고 느껴집니다. 한 4~5개월 정도 쓰고 있다보니 mouse gesture가 없어도 웹 브라우징 잘 만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어 깜짝 놀랐지요. 플래시 영상을 돌리는 페이지에서 CPU 점유율이 치솟는 문제가 있지만, 그건 플래시 플러그인의 문제로 보이고, 뭐 안그래도 후진 컴퓨터로 고화질 영상을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기왕이면 넷북 제품에 번들로 설치되어 나오는 방법도 좋을 듯 합니다. 이미 여러 번 지적했지만 특히 우리 나라의 ‘대다수’ 사용자들에게는 웹 브라우저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그저 인터넷 익스플로러 = 인터넷으로 인식되다보니, 크롬/사파리/파이어폭스/오페라 등과 같은 놀라운 브라우저들이 IE6에게 밀려나는게 아닐까요. (이러한 경향에 대해서는 IE7, IE8도 IE6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반대로, 그런 새 PC에 기본적으로 모던 브라우저들이 설치되어 있다면 사람들도 쉽게 더 빠르고 안전하며 강력한 브라우저들을 사용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될텐데 말이지요.

요즘은 신형 브라우저(?)를 지원하는 사이트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던 브라우저 파이팅이라고 외쳐주고 싶네요. (싶기만 하고 외치진 않고 글이 마무리된다.)

20090506 :: 버그없는(?) 이력서 만들기

지난 번에 살짝 예고한대로 오늘은 취업 준비생들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해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제가 대기업에 다니거나 혹은 다녀봤거나 하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대기업에 취업하시고자 하는 분들은 그냥 사뿐히 무시하면 되겠습니다. 단지 중소기업을 골라 다니면서(?), 그리고 이력서들을 검토하면서 느끼는 점 몇 가지를 적어볼까 합니다. 당연히 매우 주관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그냥 참고만 하셔도 될 듯 합니다.

읽는 사람을 고려하는 이력서 & 자기 소개서

뭐 사실 저만해도 블로그에 쓰는 글은 그다지 읽을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편이기는 합니다. 고려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독자층이 고정되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맞겠네요. 아무튼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쓸 때 만큼은 그래도 쓰는 이가 ‘아쉬운’ 입장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나름 노력들을 해서 쓰십니다만, 제가 받아보는 이력서만 해도 굉장히 안타까운 것들이 많아서 몇 가지 언급해 드립니다. 물론, 이런 저런 신문이나 다른 곳에서도 많이들 언급하시는 내용일겁니다.

1. 증명사진에 대한 과도한 리터칭

뭐 피부 잡티라든가 점 같은 걸 가리기 위해 포토샵으로 사진을 리터칭해서 보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뭐 사실 이력서만 보는 시점에서 이력서에 붙은 증명 사진과 실물을 견주며 비교할 일은 없습니다만, 과도한 리터칭은 ‘눈에 보이는 거짓말’이라 생각합니다. 잘나고 이뻐서 손해 볼 일은 없겠습니다만, 보통 면접관들은 ‘밑에서 일할 사람’을 뽑으려고 합니다. 이뻐서 모셔만 놓고 일시키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이쁜 사람이라면 차라리 소개팅을 하자고 연락을 하겠죠. 제 경우에는 아무리 실력이 있고, 제가 못하는 영어도 잘하고 인물이 잘나도 과도한 포토샵으로 사진을 첨부하시는 분들은 그냥 패스합니다. 간혹, 사진을 아예 안 보내시는 분들도 있는데 차라리 이런 경우가 나을 수도 있겠지만, ‘필요 조건’을 챙기지 못하는 태도로 간주하고 역시나 패스합니다. 

2. 파일 포맷

요즘은 취업 알선 사이트를 통한 구직 신청도 많고, 해당 사이트의 이력서 포맷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이 줄어든 편이지만, 온갖 다양한 파일 포맷으로 이력서를 보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직 학생인 분들이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HWP 포맷의 이력서를 보내시는 겁니다. 물론 대부분의 대학 및 관공서의 컴퓨터에는 해당 포맷을 사용하는 워드 프로세서가 거의 99%의 비율로 설치되어 있겠지만, 일반 기업은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습니다. 물론 뷰어를 별도로 설치해서 볼 수도 있겠지만, 뷰어를 설치할 시간이면 이력서를 몇 개 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냥 패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력서 자체도 일종의 서식이 있는 문서이고, 업무 분야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일반 기업에서는 HWP 포맷으로 문서 작업을 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이 제품이나 저 제품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많이 다릅니다. 행정병 출신으로 아래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발로도 다루는 친구들도 MS워드에서는 처음에 많이들 헤맵니다. 차라리 PDF 포맷으로 보내도록 합시다. 

간혹 PPT 등을 이용해서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보내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과감하게 셀프 동영상까지 첨부해서 보내서 저를 깜짝 놀라게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일단 독특한 시도는 높이 사고 싶습니다. 그런데 pptx 로 만들어서 보내는 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무조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시도 자체는 좋은데, 역시 동영상 한 편 감상하는 시간이면 다른 이력서를 더 검토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제 경우에는 야근하면서 그 동영상까지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통짜 이미지로 만들어 보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부탁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eps 포맷을 사용해 주시면 안될까요? 하다못해 PDF로라도 만들어서요. 이력서가 괜찮아 보이는데, 종이로 출력하면 알아볼 수가 없어서 곤란합니다. 네.

3. PPT로 만드는 경우

PPT로 자기 소개서를 만드는 케이스는 사실 적지 않은 편입니다. 대부분 무슨 무슨 리더쉽… 등의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친구들이 많이 보내더군요. 기획 파트라면 PPT로 밥 벌어 먹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대단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좋은 수단입니다. 

그런데 꽤나 이름 있는 PT 대회에서 최종 PT도 하고 수상도 했다는 친구들이 슬라이더 마스터를 쓸 줄 모른다는 것은 조금 의외입니다. 대회를 개최했던 회사보다 우리 회사가 작아서 지금 무시하나요?라고 생각해 볼 기회도 만들어주더군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PPT로 만드는 것은 ‘자신’이라는 제품을 기업에 제안하는 문서라고 생각한다면 보다 ‘엄격한’ 내부 기준으로 자신의 문서를 평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꼭 슬라이드 마스터를 써야한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몇 장 안되는 ppt 문서에서 슬라이드를 넘기는데 문단의 위치가 어긋나있다거나 하는 작은 실수가 당신의 ‘제안서’를 한 없이 저렴해 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튀게’ 만들고 싶다면 ‘더’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4. 구분이 애매한 ‘상/중/하’

이건 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입니다만, 저는 좀 예민하게 봅니다. 그러니까 위의 ‘증명사진 거짓말’과 비슷한 관점인데, 컴퓨터 활용 능력을 분야별로 ‘상/중/하’로 표시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건 뭐 거의 대부분이 ‘상’으로 기재하시더군요. 하지만 막상 워드(상)으로 기재하신 분 중에서 여태 MS워드로 목차 만들기 할 줄 아시는 분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의외로, 경력자 분들의 이력서에서는 ‘하’나 ‘중’도 많이 보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조금 겸손(?)해 져도 무방하리라고 봅니다. 심지어는 포토샵(상)인 분들도 수두룩하던데… 네 뭐 그렇다구요.

5. 읽다보면 뭔가 이상한 자기 소개서

자기 소개서 쓰기가 사실 쉽지 않습니다. ’1장 분량’이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을 작성해서 보내시는 걸 보면 내심 감탄도 합니다. 전 딱 세 줄 써 놓고 밤을 하얗게 새곤 했었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읽다보면 문체가 경어체와 평어체를 왔다 갔다 하는 자기 소개서가 가끔 있습니다. 정말 ‘오랜 시간 투자해서 작성’한 티가 납니다. 고생해서 작성한 정성은 갸륵하지만 이런 자기 소개서는 그대로 패스입니다. 자신이 쓴 문서를 꼼꼼히 검토해보지 않았다는 반증이니 이런 문서에 “완벽주의적인 성향과…” 와 같은 문구가 들어 있으면 읽는 사람으로서 대략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이렇게 써야 한다’라는 법칙은 사실 없습니다. 있어서도 안되겠지요. 다만 본 포스팅에서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 자체에서 발견하게 되는 몇 가지 오류(?)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하루에 몇 십개 정도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해야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서 간결하고 보기에 깔끔한 문서를 만드는 스킬도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했던 겁니다. 짧은 시간에 포스팅 하려니 내용이 생각보다 얼마 안 되는 군요. 나중에 시간이 되는대로 조금 더 내용을 보강해 보도록 하지요.

20090502 :: 일종의 나락, 나의 취업 이야기

간만의 휴식

뜻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요즘 좀 쉬고 있습니다. 아, 그게 일을 그만 두고 쉬고 있다는 건 아니구요, 1년 반여 동안 거의 쉬지 않고 빡세게 일에만 매달려 오다가, 뭐랄까 잠시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개인적으로 갖기로 마음먹었다고나 할까요. 물론 휴일인 어제와 토요일까지도 코딩 작업에 열을 올려준 개발자 분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고생했으니 좀 쉬어봐’라고 말해 주시는 당신들은 진정 대인배 ㅠㅠb 이십니다. 어쨌든 그래서 사흘 째 원 없이 모든 걸 귀찮아 하면서 뒹굴 거렸습니다. (아 물론 그 와중에 서울에 오신 부모님도 만나뵙고 나름 바쁘긴 바빴다구요) 그리고 사람이 이렇게 잘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몇 시간 못자서 허리가 아파 일어나곤 했었는데, 요 며칠은 샤워하면서 등에 욕창 생긴 건 아닌 가 확인해야 할 정도로 잠에 빠져들어 살았다니까요.

이렇게 몇 일 푹 자고 쉬고 나니, 조금은 인생이 살만한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거의 4~5년 만에 맛보는 이 여유와 게으름은 정말 달콤하군요.

이런 여유를 맛보고 있자니 몇 년 전 제가 백수로 지내던 눈물 겨운 때가 생각이 납니다. 

춥고 배고픈 시절

동기들과는 조금 다른 커리큘럼(?)을 밟았던 저로서는 졸업 논문을 3학년 때 썼고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같이 공부하던 후배들 논문 조 짤 때 같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군요), 졸업에 필요한 이수학점이 4학년을 앞두고 고작 3학점 남았던 관계로 졸업을 좀 일찍 당했습니다. 좋게 말하면 조기 졸업이지만, 당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합니다. 여름에 졸업장을 받았지만 저는 계속 학교에 서식하면서 가을에 있던 학과 작품 발표회에도 2년 연속 참가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무렵까지도 그 흔한 영어 점수 하나 없던 저는 (물론 토익 시험은 3차례 가량 응시했으나, 늦잠으로 단 한 번도 친 적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취업 박람회’ 같은 곳에는 부끄러워서 근처에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 브로슈어 하나라도 집어 들어보니 모두 ‘글로벌 인재’를 부르짖고 있고, 그 미어터지는 현장에 나타난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들은 그야말로 최소 1년 전부터는 박터지게 공부해서 말 그대로 취업을 준비해 온 친구들이었으니, 같이 있으려니 낮뜨거워서 도저히 있을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그 해 여름에는 국내 대기업의 자회사이자 가장 잘나가는 SNS 서비스를 가지고 있던 회사에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겼었지만, 역시나 점점 식은 땀을 흘리고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자신을 주체하지는 못했습니다. 소개해 주신 분의 말씀으로는 ‘너 정도면 눈 감고도 합격할 수 있다’라고 하셨는데, 너무나 죄송스럽게도 저는 그곳에서 면접 일정이 종료되고 선물로 나누어주던 CD-RW 한 장과 두둑한 교통비에 (실제로는 회사에서 준비한 버스로 면접장으로 이동했지만 말입니다.)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꾸벅 꾸벅 인사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 이후 대기업이라는 곳에 면접을 두 어 번 정도 더 보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영어 면접’에서 보기 좋게 낙방. 생각해보니 이상할 것도 없는게 전 중/고등학교 때부터 영어 듣기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못했으니, 그리 억울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후에 소위 ‘영절하’라든지 하는 곳에서 소개하는 방법으로,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고 듣고 또 들어보았지만 몇 개월 후 얻은 것은 동네에서 4만원 정도를 주고 구입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가 인터넷에서는 1만 5천원 하더라는 안타까운 소식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8개월 정도를 보내고 나니, 같이 작품전을 준비하던 후배들이 졸업을 앞두고 괜찮은 직장으로 하나 둘 취업이 되어 떠나갔습니다. 그냥 마냥 어리게만 보았던 동생들이 알고 봤더니 영어 어학 연수도 기본적으로 다녀오고, 겁나게 영어 잘 하더군요. 그제서야 뭔가 잘 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게 아마 그해 연말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전 졸업 학점도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었고, 포트폴리오도 손에 꼽을 만큼 잘 만들었고 (그래서 그 포트폴리오는 지금 P모 브랜드에 가 있다는… 좀 돌려주세요 그거…) 나름 영어 빼고는 그래도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인재였는데, 졸업 후 6개월이 지나자 ‘아무 것도 할 줄 아는게 없는’ 바보가 되어 있었습니다. 같이 동전 모아서 학교 식당에서 쌀밥 리필해 먹던 친구들도 모두 취업을 하고 나니, 세상에 나 혼자만 뒤쳐진채로 남아있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디자이너가 되고자 마음을 먹고 이곳 저곳의 문을 두드려 보았는데,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던 저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남자는 아예 뽑지도 않으시더군요. 

그래서 공부를 더 하자는 생각도 해 보았는데, 집에 불려 가서 싸대기만 맞고 올라왔습니다. 정말 안되겠다는 생각에 토익 시험을 맘 잡고 보았지만, 아뿔싸 말하기도 부끄러운 점수만 계속 나오더군요. 

벌써 5년전의 일이지만, 그 때는 정말 갑갑했습니다. 학교 간판이 너무나 부끄럽고 큰 짐이 되어 버렸습니다. 번듯한 대학 나와서 빌빌 거리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고,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길거리를 걸어도 모두가 나를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아서 집 밖을 나가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간간히 있는 아르바이트 거리를 소일 거리 삼아 하면서 월세만 해결하고 근근히 살아가다가 졸업한지 8개월만에 겨우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일을 하다. 그런데, 더 춥고 배고픈 시절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그 당시에 몇 안 남은 부띠끄에서 흔히 말하는 ‘시다’ 일을 했습니다. 일을 시작했지만 사실 나아지는 건 별반 다를 게 없었습니다. 한 달에 받는 급료는 교통비와 식비를 빼면 거의 남는 게 없었습니다. 그냥 남는게 없는 게 아니라, 88만원의 절반도 채 안되는 돈이 월급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자리는 있는데, 월세를 내기 위해서 주말에는 또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습니다. 

그 때가 어쩌면 육체적으로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떻게는 수입을 고정지출인 ‘교통비와 식비’보다 줄이기 위해서 그냥 점심을 굶거나 컵라면으로 때우고, 주말 이틀 동안에는 한 끼만 먹는다던지, 새벽까지 늦게 일한 날에는 사우나 갔다 오라고 사우나비 주시면 그 돈은 저금하고 저렴하게 전철역 화장실에서 머리 감고 김을 모락모락 풍기면서 사무실로 돌아간다든지, 아침 7시에 출근해서 11시에 퇴근. 아슬아슬하게 막차를 못잡으면 도저히 택시를 탈 수는 없었기에 터벅터벅 걸어서 다시 사무실에서 잠을 청한다는지 하는 그런 생활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나는 일을 한다’는 그 생각에 마음만은 편했습니다. 내일 또 욕을 바가지로 먹고 그 어떤 굴욕을 당할지 모르는 나날이었지만 말이죠. 그래도 더 이상 길을 걸으며 누군가 나에게 손가락질 한다는 느낌은 못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럴 까봐 더 빡세게 스스로를 갈구면서 일을 하기도 했었죠.

그렇게 몇 달 일을 하다가, ‘본전도 안 남는 거 괜히 움직이면 배만 고프다’는 생각에 결국은 그만 두긴 했습니다. 경제 논리로만 본다면 그 시간에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는게 훨씬 더 시간 대비 수익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드디어 봄

결국은 운빨이었는지, 일을 그만두고 거의 한 달도 채 안되어서 저는 중소 캐주얼 브랜드에 디자이너로 입사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우습게도 그 때는 3군데 가량의 업체에서 ‘우리랑 일하자’는 상황이 되어서 영광스럽게도 ‘골라서’ 입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더랬지요. 경력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 많은 남자 신입을 디자이너로 무슨 수로 뽑았냐구요? 지옥 훈련과도 같았던 ‘시다’ 생활이 이력서에 한 줄 들어가면서 생긴 차이 외에는 없습니다. 보통 디자인실에 입사하면 언니들이 주로 저보다 어리거든요. 암튼 ‘시다’ 생활에서 다져진 근성(?)으로 막내 오빠로서 지내는 시간을 나름 잘 이겨냈고, (그 때는 그런 거 보다는 그저 술이 힘들었을 뿐이지요 ㅎㅎ) 찬찬히 자리를 잡아갈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또 늦은 밤 시간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키보드를 잡았더니 넋두리 밖에 더 한 게 없는 것 같은 생각도 들어서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요즘은 그 때보다 더 한 취업난이 ‘취업 준비생’들의 마음 한 켠을 먹먹하게 만드는 시기이다보니, 좀 안타까운 기분도 듭니다. 저야 눈을 낮춰서 일을 했다기보다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라지만, (순전히 그 상황까지 스스로를 몰고간 건 100% 개인적인 책임이라고 봅니다.) 요즘 정부에서 말하는 ‘눈높이를 낮춰야 취업이 잘 된다’는 식의 이야기는 정말 말도 안된다고 봅니다. 그런 말이 꼭 제 귀에는 ‘눈높이를 낮추고 낮추어서 취업이 될 때까지 낮추라’는 식의 이야기는 이러한 취업난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겠다는 식의 발뺌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거든요.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입에 풀칠은 해야하고, 또 아시다시피 요즘이 일자리만 있다고 순순히 입에 풀칠하고 살기에도 쉽지 않다는 것은 정부나 대통령만 모르고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일자리가 필요한 입장에서는 당장에라도 뭔가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니 참 제가 생각해도 답답합니다. 

뭐 지금은 그 일도 그만두고 IT 쪽에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경력에서 중요한 건 ‘무슨 일을 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했다’는 게 면접을 보는 입장에서는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 회사에서도 경력은 그리 오래지 않았지만, (역시나 운빨인가) 이제 같이 일할 사람을 뽑고 면접을 보는 일도 가끔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이 글의 2편에서는 ‘신입 취업 준비생’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뭐 그런 따위의 글을 써 볼까합니다. 물론 굉장히 주관적인 내용이라서 얼마나 공감이 가고 또 도움이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