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6 :: 버그없는(?) 이력서 만들기

지난 번에 살짝 예고한대로 오늘은 취업 준비생들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해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제가 대기업에 다니거나 혹은 다녀봤거나 하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대기업에 취업하시고자 하는 분들은 그냥 사뿐히 무시하면 되겠습니다. 단지 중소기업을 골라 다니면서(?), 그리고 이력서들을 검토하면서 느끼는 점 몇 가지를 적어볼까 합니다. 당연히 매우 주관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그냥 참고만 하셔도 될 듯 합니다.

읽는 사람을 고려하는 이력서 & 자기 소개서

뭐 사실 저만해도 블로그에 쓰는 글은 그다지 읽을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편이기는 합니다. 고려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독자층이 고정되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맞겠네요. 아무튼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쓸 때 만큼은 그래도 쓰는 이가 ‘아쉬운’ 입장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나름 노력들을 해서 쓰십니다만, 제가 받아보는 이력서만 해도 굉장히 안타까운 것들이 많아서 몇 가지 언급해 드립니다. 물론, 이런 저런 신문이나 다른 곳에서도 많이들 언급하시는 내용일겁니다.

1. 증명사진에 대한 과도한 리터칭

뭐 피부 잡티라든가 점 같은 걸 가리기 위해 포토샵으로 사진을 리터칭해서 보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뭐 사실 이력서만 보는 시점에서 이력서에 붙은 증명 사진과 실물을 견주며 비교할 일은 없습니다만, 과도한 리터칭은 ‘눈에 보이는 거짓말’이라 생각합니다. 잘나고 이뻐서 손해 볼 일은 없겠습니다만, 보통 면접관들은 ‘밑에서 일할 사람’을 뽑으려고 합니다. 이뻐서 모셔만 놓고 일시키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이쁜 사람이라면 차라리 소개팅을 하자고 연락을 하겠죠. 제 경우에는 아무리 실력이 있고, 제가 못하는 영어도 잘하고 인물이 잘나도 과도한 포토샵으로 사진을 첨부하시는 분들은 그냥 패스합니다. 간혹, 사진을 아예 안 보내시는 분들도 있는데 차라리 이런 경우가 나을 수도 있겠지만, ‘필요 조건’을 챙기지 못하는 태도로 간주하고 역시나 패스합니다. 

2. 파일 포맷

요즘은 취업 알선 사이트를 통한 구직 신청도 많고, 해당 사이트의 이력서 포맷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이 줄어든 편이지만, 온갖 다양한 파일 포맷으로 이력서를 보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직 학생인 분들이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HWP 포맷의 이력서를 보내시는 겁니다. 물론 대부분의 대학 및 관공서의 컴퓨터에는 해당 포맷을 사용하는 워드 프로세서가 거의 99%의 비율로 설치되어 있겠지만, 일반 기업은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습니다. 물론 뷰어를 별도로 설치해서 볼 수도 있겠지만, 뷰어를 설치할 시간이면 이력서를 몇 개 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냥 패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력서 자체도 일종의 서식이 있는 문서이고, 업무 분야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일반 기업에서는 HWP 포맷으로 문서 작업을 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이 제품이나 저 제품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많이 다릅니다. 행정병 출신으로 아래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발로도 다루는 친구들도 MS워드에서는 처음에 많이들 헤맵니다. 차라리 PDF 포맷으로 보내도록 합시다. 

간혹 PPT 등을 이용해서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보내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과감하게 셀프 동영상까지 첨부해서 보내서 저를 깜짝 놀라게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일단 독특한 시도는 높이 사고 싶습니다. 그런데 pptx 로 만들어서 보내는 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무조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시도 자체는 좋은데, 역시 동영상 한 편 감상하는 시간이면 다른 이력서를 더 검토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제 경우에는 야근하면서 그 동영상까지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통짜 이미지로 만들어 보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부탁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eps 포맷을 사용해 주시면 안될까요? 하다못해 PDF로라도 만들어서요. 이력서가 괜찮아 보이는데, 종이로 출력하면 알아볼 수가 없어서 곤란합니다. 네.

3. PPT로 만드는 경우

PPT로 자기 소개서를 만드는 케이스는 사실 적지 않은 편입니다. 대부분 무슨 무슨 리더쉽… 등의 프레젠테이션 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친구들이 많이 보내더군요. 기획 파트라면 PPT로 밥 벌어 먹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대단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좋은 수단입니다. 

그런데 꽤나 이름 있는 PT 대회에서 최종 PT도 하고 수상도 했다는 친구들이 슬라이더 마스터를 쓸 줄 모른다는 것은 조금 의외입니다. 대회를 개최했던 회사보다 우리 회사가 작아서 지금 무시하나요?라고 생각해 볼 기회도 만들어주더군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PPT로 만드는 것은 ‘자신’이라는 제품을 기업에 제안하는 문서라고 생각한다면 보다 ‘엄격한’ 내부 기준으로 자신의 문서를 평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꼭 슬라이드 마스터를 써야한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몇 장 안되는 ppt 문서에서 슬라이드를 넘기는데 문단의 위치가 어긋나있다거나 하는 작은 실수가 당신의 ‘제안서’를 한 없이 저렴해 보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튀게’ 만들고 싶다면 ‘더’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4. 구분이 애매한 ‘상/중/하’

이건 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입니다만, 저는 좀 예민하게 봅니다. 그러니까 위의 ‘증명사진 거짓말’과 비슷한 관점인데, 컴퓨터 활용 능력을 분야별로 ‘상/중/하’로 표시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건 뭐 거의 대부분이 ‘상’으로 기재하시더군요. 하지만 막상 워드(상)으로 기재하신 분 중에서 여태 MS워드로 목차 만들기 할 줄 아시는 분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의외로, 경력자 분들의 이력서에서는 ‘하’나 ‘중’도 많이 보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조금 겸손(?)해 져도 무방하리라고 봅니다. 심지어는 포토샵(상)인 분들도 수두룩하던데… 네 뭐 그렇다구요.

5. 읽다보면 뭔가 이상한 자기 소개서

자기 소개서 쓰기가 사실 쉽지 않습니다. ’1장 분량’이라는 만만치 않은 분량을 작성해서 보내시는 걸 보면 내심 감탄도 합니다. 전 딱 세 줄 써 놓고 밤을 하얗게 새곤 했었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읽다보면 문체가 경어체와 평어체를 왔다 갔다 하는 자기 소개서가 가끔 있습니다. 정말 ‘오랜 시간 투자해서 작성’한 티가 납니다. 고생해서 작성한 정성은 갸륵하지만 이런 자기 소개서는 그대로 패스입니다. 자신이 쓴 문서를 꼼꼼히 검토해보지 않았다는 반증이니 이런 문서에 “완벽주의적인 성향과…” 와 같은 문구가 들어 있으면 읽는 사람으로서 대략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이렇게 써야 한다’라는 법칙은 사실 없습니다. 있어서도 안되겠지요. 다만 본 포스팅에서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 자체에서 발견하게 되는 몇 가지 오류(?)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하루에 몇 십개 정도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해야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서 간결하고 보기에 깔끔한 문서를 만드는 스킬도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했던 겁니다. 짧은 시간에 포스팅 하려니 내용이 생각보다 얼마 안 되는 군요. 나중에 시간이 되는대로 조금 더 내용을 보강해 보도록 하지요.

20090502 :: 일종의 나락, 나의 취업 이야기

간만의 휴식

뜻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요즘 좀 쉬고 있습니다. 아, 그게 일을 그만 두고 쉬고 있다는 건 아니구요, 1년 반여 동안 거의 쉬지 않고 빡세게 일에만 매달려 오다가, 뭐랄까 잠시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개인적으로 갖기로 마음먹었다고나 할까요. 물론 휴일인 어제와 토요일까지도 코딩 작업에 열을 올려준 개발자 분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고생했으니 좀 쉬어봐’라고 말해 주시는 당신들은 진정 대인배 ㅠㅠb 이십니다. 어쨌든 그래서 사흘 째 원 없이 모든 걸 귀찮아 하면서 뒹굴 거렸습니다. (아 물론 그 와중에 서울에 오신 부모님도 만나뵙고 나름 바쁘긴 바빴다구요) 그리고 사람이 이렇게 잘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몇 시간 못자서 허리가 아파 일어나곤 했었는데, 요 며칠은 샤워하면서 등에 욕창 생긴 건 아닌 가 확인해야 할 정도로 잠에 빠져들어 살았다니까요.

이렇게 몇 일 푹 자고 쉬고 나니, 조금은 인생이 살만한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거의 4~5년 만에 맛보는 이 여유와 게으름은 정말 달콤하군요.

이런 여유를 맛보고 있자니 몇 년 전 제가 백수로 지내던 눈물 겨운 때가 생각이 납니다. 

춥고 배고픈 시절

동기들과는 조금 다른 커리큘럼(?)을 밟았던 저로서는 졸업 논문을 3학년 때 썼고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같이 공부하던 후배들 논문 조 짤 때 같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군요), 졸업에 필요한 이수학점이 4학년을 앞두고 고작 3학점 남았던 관계로 졸업을 좀 일찍 당했습니다. 좋게 말하면 조기 졸업이지만, 당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합니다. 여름에 졸업장을 받았지만 저는 계속 학교에 서식하면서 가을에 있던 학과 작품 발표회에도 2년 연속 참가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무렵까지도 그 흔한 영어 점수 하나 없던 저는 (물론 토익 시험은 3차례 가량 응시했으나, 늦잠으로 단 한 번도 친 적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취업 박람회’ 같은 곳에는 부끄러워서 근처에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 브로슈어 하나라도 집어 들어보니 모두 ‘글로벌 인재’를 부르짖고 있고, 그 미어터지는 현장에 나타난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들은 그야말로 최소 1년 전부터는 박터지게 공부해서 말 그대로 취업을 준비해 온 친구들이었으니, 같이 있으려니 낮뜨거워서 도저히 있을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그 해 여름에는 국내 대기업의 자회사이자 가장 잘나가는 SNS 서비스를 가지고 있던 회사에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겼었지만, 역시나 점점 식은 땀을 흘리고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자신을 주체하지는 못했습니다. 소개해 주신 분의 말씀으로는 ‘너 정도면 눈 감고도 합격할 수 있다’라고 하셨는데, 너무나 죄송스럽게도 저는 그곳에서 면접 일정이 종료되고 선물로 나누어주던 CD-RW 한 장과 두둑한 교통비에 (실제로는 회사에서 준비한 버스로 면접장으로 이동했지만 말입니다.)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꾸벅 꾸벅 인사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 이후 대기업이라는 곳에 면접을 두 어 번 정도 더 보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영어 면접’에서 보기 좋게 낙방. 생각해보니 이상할 것도 없는게 전 중/고등학교 때부터 영어 듣기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못했으니, 그리 억울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후에 소위 ‘영절하’라든지 하는 곳에서 소개하는 방법으로,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고 듣고 또 들어보았지만 몇 개월 후 얻은 것은 동네에서 4만원 정도를 주고 구입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가 인터넷에서는 1만 5천원 하더라는 안타까운 소식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8개월 정도를 보내고 나니, 같이 작품전을 준비하던 후배들이 졸업을 앞두고 괜찮은 직장으로 하나 둘 취업이 되어 떠나갔습니다. 그냥 마냥 어리게만 보았던 동생들이 알고 봤더니 영어 어학 연수도 기본적으로 다녀오고, 겁나게 영어 잘 하더군요. 그제서야 뭔가 잘 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는데, 그게 아마 그해 연말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전 졸업 학점도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었고, 포트폴리오도 손에 꼽을 만큼 잘 만들었고 (그래서 그 포트폴리오는 지금 P모 브랜드에 가 있다는… 좀 돌려주세요 그거…) 나름 영어 빼고는 그래도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인재였는데, 졸업 후 6개월이 지나자 ‘아무 것도 할 줄 아는게 없는’ 바보가 되어 있었습니다. 같이 동전 모아서 학교 식당에서 쌀밥 리필해 먹던 친구들도 모두 취업을 하고 나니, 세상에 나 혼자만 뒤쳐진채로 남아있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디자이너가 되고자 마음을 먹고 이곳 저곳의 문을 두드려 보았는데,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던 저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남자는 아예 뽑지도 않으시더군요. 

그래서 공부를 더 하자는 생각도 해 보았는데, 집에 불려 가서 싸대기만 맞고 올라왔습니다. 정말 안되겠다는 생각에 토익 시험을 맘 잡고 보았지만, 아뿔싸 말하기도 부끄러운 점수만 계속 나오더군요. 

벌써 5년전의 일이지만, 그 때는 정말 갑갑했습니다. 학교 간판이 너무나 부끄럽고 큰 짐이 되어 버렸습니다. 번듯한 대학 나와서 빌빌 거리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고,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길거리를 걸어도 모두가 나를 손가락질 하는 것 같아서 집 밖을 나가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간간히 있는 아르바이트 거리를 소일 거리 삼아 하면서 월세만 해결하고 근근히 살아가다가 졸업한지 8개월만에 겨우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일을 하다. 그런데, 더 춥고 배고픈 시절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그 당시에 몇 안 남은 부띠끄에서 흔히 말하는 ‘시다’ 일을 했습니다. 일을 시작했지만 사실 나아지는 건 별반 다를 게 없었습니다. 한 달에 받는 급료는 교통비와 식비를 빼면 거의 남는 게 없었습니다. 그냥 남는게 없는 게 아니라, 88만원의 절반도 채 안되는 돈이 월급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자리는 있는데, 월세를 내기 위해서 주말에는 또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습니다. 

그 때가 어쩌면 육체적으로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떻게는 수입을 고정지출인 ‘교통비와 식비’보다 줄이기 위해서 그냥 점심을 굶거나 컵라면으로 때우고, 주말 이틀 동안에는 한 끼만 먹는다던지, 새벽까지 늦게 일한 날에는 사우나 갔다 오라고 사우나비 주시면 그 돈은 저금하고 저렴하게 전철역 화장실에서 머리 감고 김을 모락모락 풍기면서 사무실로 돌아간다든지, 아침 7시에 출근해서 11시에 퇴근. 아슬아슬하게 막차를 못잡으면 도저히 택시를 탈 수는 없었기에 터벅터벅 걸어서 다시 사무실에서 잠을 청한다는지 하는 그런 생활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나는 일을 한다’는 그 생각에 마음만은 편했습니다. 내일 또 욕을 바가지로 먹고 그 어떤 굴욕을 당할지 모르는 나날이었지만 말이죠. 그래도 더 이상 길을 걸으며 누군가 나에게 손가락질 한다는 느낌은 못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럴 까봐 더 빡세게 스스로를 갈구면서 일을 하기도 했었죠.

그렇게 몇 달 일을 하다가, ‘본전도 안 남는 거 괜히 움직이면 배만 고프다’는 생각에 결국은 그만 두긴 했습니다. 경제 논리로만 본다면 그 시간에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는게 훨씬 더 시간 대비 수익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드디어 봄

결국은 운빨이었는지, 일을 그만두고 거의 한 달도 채 안되어서 저는 중소 캐주얼 브랜드에 디자이너로 입사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우습게도 그 때는 3군데 가량의 업체에서 ‘우리랑 일하자’는 상황이 되어서 영광스럽게도 ‘골라서’ 입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더랬지요. 경력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 많은 남자 신입을 디자이너로 무슨 수로 뽑았냐구요? 지옥 훈련과도 같았던 ‘시다’ 생활이 이력서에 한 줄 들어가면서 생긴 차이 외에는 없습니다. 보통 디자인실에 입사하면 언니들이 주로 저보다 어리거든요. 암튼 ‘시다’ 생활에서 다져진 근성(?)으로 막내 오빠로서 지내는 시간을 나름 잘 이겨냈고, (그 때는 그런 거 보다는 그저 술이 힘들었을 뿐이지요 ㅎㅎ) 찬찬히 자리를 잡아갈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또 늦은 밤 시간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키보드를 잡았더니 넋두리 밖에 더 한 게 없는 것 같은 생각도 들어서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요즘은 그 때보다 더 한 취업난이 ‘취업 준비생’들의 마음 한 켠을 먹먹하게 만드는 시기이다보니, 좀 안타까운 기분도 듭니다. 저야 눈을 낮춰서 일을 했다기보다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라지만, (순전히 그 상황까지 스스로를 몰고간 건 100% 개인적인 책임이라고 봅니다.) 요즘 정부에서 말하는 ‘눈높이를 낮춰야 취업이 잘 된다’는 식의 이야기는 정말 말도 안된다고 봅니다. 그런 말이 꼭 제 귀에는 ‘눈높이를 낮추고 낮추어서 취업이 될 때까지 낮추라’는 식의 이야기는 이러한 취업난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겠다는 식의 발뺌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거든요.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입에 풀칠은 해야하고, 또 아시다시피 요즘이 일자리만 있다고 순순히 입에 풀칠하고 살기에도 쉽지 않다는 것은 정부나 대통령만 모르고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일자리가 필요한 입장에서는 당장에라도 뭔가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니 참 제가 생각해도 답답합니다. 

뭐 지금은 그 일도 그만두고 IT 쪽에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경력에서 중요한 건 ‘무슨 일을 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했다’는 게 면접을 보는 입장에서는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 회사에서도 경력은 그리 오래지 않았지만, (역시나 운빨인가) 이제 같이 일할 사람을 뽑고 면접을 보는 일도 가끔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이 글의 2편에서는 ‘신입 취업 준비생’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뭐 그런 따위의 글을 써 볼까합니다. 물론 굉장히 주관적인 내용이라서 얼마나 공감이 가고 또 도움이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지요.

20080910 :: 어느 정보화 후진국의 이야기

정말이지 ‘정보화’라는 말이 단순히 초등학교 교과서에나 실릴만큼 요원한 어떤 나라가 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에 초고속 무선인터넷 운운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동영상 따위를 보라고 강요하고, 좁디 좁은 휴대폰 액정을 통해 풀 브라우징을 하라고 강요합니다. 이 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정말이지 ‘제대로된 정보화 후진국’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정보에 어두웠던 나머지 자기네 나라가 ‘IT 강국’이라고 믿고 있는데 있습니다.

어쨌거나 정보화 후진국이라는 사실이 가슴 아픈 그 나라의 사람들은 언제 다가올지 모를 정보화 시대를 벌써 ‘정보’를 찾아보고 맞이하고 있습니다. 정보화에도 귀가 밝고 경제에도 마음이 밝은 사람들은 “아무렴,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가 돈이지. 무형의 가치, 이게 돈이 된다니 얼마나 좋아?”라고 기뻐하면 너도 나도 자신들의 개인 정보를 이 싸이트, 저 싸이트에 내다 팔기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정보화 후진국(하지만 IT는 선진국)인 이 나라의 많은 웹 사이트 관리자들은 ‘공유’라는 웹의 기본 이념을 충실히 이어 받아 검색 엔진으로도 누구나 사람들의 개인 정보를 찾아 볼 수 있도록 회원들의 정보를 활짝 여러 제끼는 혁명적인 성과를 이루기도 하지요. 물론 IT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오프라인 상으로까지 개인 정보를 담은 미디어를 배포하기에 이르릅니다.

하지만 정보화에는 별 관심이 없고 (왜냐면 정보화 사회가 이미 도래했고, 자기 네들은 세계 최고의 정보화 사회를 이룩한 줄로만 알고 있으니까요) 돈에만 관심이 있던 이 나라의 사람들은 ‘정보가 곧 돈이다’라는 정보화 사회의 최고의 모토를 몸소 실천하기 위해 기업 단위로 개인 정보를 사고 팔고, 넘쳐나는 개인 정보를 주체하지 못해 사회 환원의 개념으로 그냥 뿌려 버린다든지, 혹은 인류 공생의 개념으로 중국과 같은 자기네들 보다 땅만 좀 넓었지 먹고 살기 힘든 나라 사람들을 위해 무수한 개인 정보로의 통로를 그냥 열어 줍니다. 

이러한 ‘인포메이셔널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충실한 기업 몇 군데를 언론이 칭송하자 온 나라가 또 한 번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역시나 개인 정보는 돈이된다에서 시작해서 역시 이런 정보 누출 문제가 불거져 나와 아홉시 뉴스를 장식하다니 우리는 정말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어’와 같은 감상들도 곁들여서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정작 중요한 개인 정보 같은 걸 함부로 담아 놓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정보를 달랜다고 그냥 줘버리는 사실 같은 건 그냥 까맣게 있고 뉴스에서 나불거려 주는 것만 보고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에서, 역시 ‘정보화 사회’에서는 다량으로 한번에 정보를 유통시키는 ‘TV’가 짱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앞을 가리는 밤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기로 보지않고 기회로 보는 ‘정보화 후진국’ 사람들은 더더욱 정보 함양에 매진하여 기와 이렇게 된 거 사회적 비용이 좀 들더라도 주민 등록 번호와 같은 전후 시대의 구시대적 유산이 아닌 개인 PIN 넘버 같은 것을 새로 제창하면 말끔히 이전의 개인 정보 누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실로 놀라운, (제 머리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생각을 또 해내게 됩니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울만 하지요. 시대착오적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야 말로 ‘한강의 기적’을 대변하는 좋은 예라고 보입니다.

20080607 :: 어쩌면 그럴까

누가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배후에서 선동하는가

새정부 출범 100일 갓 넘긴 지금, 대선 직후의 상실감이라든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자포자기에서 시작된 저의 정치적인 ‘감정’은 새 정부의 뻘짓 거리로 인한 약간의 혈압 상승과 함께 극도의 정치적 피로감으로 변모하더니 이제는 슬슬 공포로 바뀌고 있지 않나 합니다.

그 결정적인 계기는 몇 일전에 있었던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이었는데요. 도대체 이 이명박이라는 작자,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랄까 ‘이제 더 이상 너를 인간으로 대하기에는 내 삶이 너무 힘겹다’라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무릇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합니다. 자기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도대체 그에게 부끄러움이라는 건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의 사고 방식은 어디서 도래했을지 모를 강력한 자기 합리화로 인해 ‘결국 난 잘못한게 없잖아’를 그 사고의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그 담화문이란 거의 내용이 ‘뭐 너네가 그렇게 지랄하니까 쫌 미안하다고 인사는 해 줄게, 하지만 어쩌니 난 그냥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꺼니까 그냥 내가 미안하다고 하는 걸로 만족해’ 수준입니다. 왜 국민들이 이렇게 화가 났는지 반이명박 촛불 시위가 전국에서 이렇게 드세게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단지 그가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저 그의 관점에서 ‘선배 정치인’들이 대충 이런 분위기에서는 이렇게 하더라는 교육의 산물인 듯 합니다. 과연 그가 ‘수치’나 ‘죄책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의 행동에서 ‘잘못’을 그 스스로는 결코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몇 일전, 그러니까 아주 가까운 몇 일전에 방영되었던 100분 토론을 인터넷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네 임헌조 아저씨가 맥도날드를 물고 늘어지면서 한나라당과 뉴라이트와 더불이 팀킬 자폭 테러를 시도한 그 방송입니다. 그 아저씨는 아예 정신줄 놓고 다닌다는 걸 방송에 나와서 자랑하는 사람인 듯 하더군요. 하지만 그보다도 인상적인 한마디는 나경원 아줌마의 일갈입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대통령 바꾸겠습니까?’

이 아줌마도 염치 좀 없는 걸로 확인됩니다. “이제 국민이 결국 뽑긴 뽑았으니 우린 남은 임기 동안 완전 뽕을 뽑을 만큼 뽑아 먹고 내려오겠다. 아니 다시는 내려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은연 중에 표출하는 발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공부도 많이해서 판사까지 하신 분이 초등학교는 어딜 나오셨는지 기본적인 걸 모르셔서 좀 안타깝습니다. 물론 이제부터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좀 뜬금없기도 하고 과격하며 너무 비약이 심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저들이 내세우는 ‘논리’라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 정교하고 나무랄 데 없이 깔끔하고 설득력있는 (어디까지나 저들의 논리와 비교할 때만 말이죠)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면 나라를 한 번 엎어볼까?

네 한 번 엎어봅시다.

묻고 싶습니다. 국가가 뭡니까? 우리 나라의 웃긴 공교육은 아이들로 하여금 ‘국가’와 ‘민족’을 혼동하게끔 교육하고 사실 그 실체도 모호한 ‘민족’이라는 개념을 매우 중요시하게끔 만듭니다. (애국심도 좋지만 파시스트 양성하는 거 같아서 가끔은 섬뜩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축구경기나 그런 거 있을 때면 더욱 그렇죠.) 아주 아주 옛날 옛적에는 나 혼자 살아서는 사냥도, 농사도, 집짓고 하는 모든 활동이 너무 버거웠습니다. 게다가 옆동네에서 쳐들어와서 식량, 가축, 여자들을 약탈해가면 거 참 난감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보다 똑똑하고, 싸움도 잘하는 사람들을 자신들의 우두머리로 내세우고 보통 인간 이상의 존재로 추앙하며 그의 아래에 하나로 뭉쳐서 스스로를 다같이 함께 보호했습니다. 그것이 결국 국가가 만들어지는 기본적인 근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는 왜 생겼냐구요? 시스템을 만들어서 보다 효율적으로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지키고자 만든 겁니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하는 짓은 어떤가요? 미국 똥꼬나 빨아주려고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더러운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돈으로 광고 때려서 미국 소고기 선전이나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어느 나라의 정부인지를 판단할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자, 다시 생각해봅시다. 국가는 그 구성원의 목숨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말합니다.

‘자 이제부터는 글로벌하게 무한 경쟁의 시대야. 돈 없으면 그건 니 잘못이지. 돈 없으면 아프지도 말고 저렴한 소고기 먹으렴. 어차피 광우병은 잠복기도 길고… 또 그런 가난을 후세에 물려주지 않아도 되니 좋잖아. 그냥 싸그리 세상에서 없어져 버려, 돈없는 것들은 꼴보기 싫으니까’

국가의 근본은 국민입니다. 그러한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는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반역대죄를 저지르는 인간들이 아닌가요. 네, 나경원 의원 말씀 한 번 잘 하셨네요. 국민들은 이참에 대통령을 바꾸는게 아니라 국가를 통째로 바꾸고 싶어 합니다. ‘정부’, ‘여당’이라는 허울을 쓰고도 국민들을 패닉에 몰아넣는 당신들이야 말로 국가 기반을 통째로 흔드는 역적입니다. 당신들이 그렇게 궁금해하는 지금도 저 시청 근처에서 밤을 새워 촛불을 밝히는 이들을 선동하는 배후세력은 다름 아닌 당신들입니다.

이제, 배후 세력이 누군지 알았으니 그 종자를 하나도 남기지 말고 잡아들여서 ‘엄중히’ 처단해 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20080420 :: 당신의 주민번호는 안녕하십니까

옥션이 사용자의 패스워드를 암호화하지 않고 텍스트 그대로 저장했더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사실인지 확인은 되지 않은 듯 합니다만, 좀 어처구니 없기는 하네요. 바로 직전 글에서 쓸데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사이트들의회원가입 절차도 문제가 있고, 또 거기에 익숙해지다보니 꽤나 중요한 개인정보인 주민등록번호를 아무 거리낌없이 웹으로 전송하는 사용자들의 보안 의식 부재도 문제가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오늘은 이런 싸이트들이 입력받은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얼마나 소중히 다뤄주시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SQL 강제 주입

SQL 강제 주입이라는 기법이 있습니다. 동적으로 쿼리문을 생성하는 사이트들에 대해 폼으로 전송하는 아이디나 이메일 주소 따위의 내용에 별 거 아닌 거 같은 폼 데이터를 전송하여 쿼리문을 바꿔치기 하는 수법입니다. 예를 들어 입력받은 사용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체크하여 인증하는 쿼리중에 다음과 같은 IF 문이 있다고 합시다.

IF ‘DB속의 사용자 ID’‘입력받은 사용자 아이디’ AND ‘입력받은 패스워드’ = ‘DB속의 사용자패스워드’ ….

이런 방식으로 동적으로 쿼리문을 만들게 될 때 ID 란에 ‘ or 1=1 – 이라고 입력한다면 위의 쿼리는 다음과 같이 됩니다.

IF ‘DB속의 사용자 ID’ = or 1=1 – ‘입력받은패스워드’ = ‘DB속의사용자패스워드’ …

즉, ID를 비교하는 구문을 무조건 참으로 만든 다음(1=1) 이후 부분은 모두 주석처리 해버리는 겁니다.

이러한 기법은 동적으로 쿼리를 생성하지 않거나, 문제가 될 수 있는 특수기호를 치환하는 방법으로 회피할 수 있습니다. 워낙에 고전적인 방법이라 전문가가 아닌 저도 어렵지 않게 관련된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고, 또 오래된 방법이다 보니 요즘은 ‘ or 1=1 –라고 입력해도 ‘존재하지 않는 사용자 아이디입니다’ 따위의 메세지를 보게 됩니다.

요즘은 통하지 않는 방법?

시험삼아 네이버에서 찾은 몇몇 쇼핑몰에 대해서 위의 테스트를 해보니 다행히 강제주입따위의 공격은 우습다는 식으로 잘 막히더군요. 그런데 소규모 개인 쇼핑몰도 아닌, 어떤 의류 브랜드가 하는 쇼핑몰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기에는 좀 여러가지로 망설여지는게 많았었는데 이런 방법이 있었다…라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이렇게 뚫리는 사이트가 있다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많이 다르니까요.  아무튼 해당 브랜드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들의 유니폼을 모티브로 힙합 간지 캐주얼을 전개하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곳입니다. 실제로 이곳을 강제 주입으로 로그인에 성공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년전 쯤에 발견하고 해당 웹사이트 관리자에게 수차례 메일을 보낸 적이 있으며,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회원에게도 이러저러하여 보니 개인정보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으니 탈퇴를 하든 항의를 하시라고 메일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위에서 말한 강제 주입을 통해 로그인을 시도해보겠습니다. 이미 1년 전에 이런 방법으로 로그인이 된다는 정보는 관리자에게 전달을 했고, 사이트 개편도 있었던 거 같아서 될 거라고는 생각을 안했지만…

로그인 아이디 입력

패스워드에는 아무거나 집어넣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당연히 ‘아이디가 존재하지 않습니다’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이게 왠일입니까 ‘SUCCESS’라고 표시되면서 로그인이 되어 버립니다.좀 어처구니가 없군요. 그러면, 지난 번에 메일을 보냈던 같은 회원일까요?

여기서 또 한번 골 때리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네, 그 분 이더군요. 물론, 보냈던 메일들에 대해서 아무런 회신을 받은 바 없긴 하지만 이정도 일 줄을 몰랐습니다.

로그인된 회원의 정보

보시다시피 이름과 주민번호 연락가능한 전화번호와 주소, 전자우편주소까지 죄다 나와버립니다. 물론 여기서는 단 한명의 회원의 정보만 노출이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주민번호와 메일 주소정도만 알고 있으면 ‘비밀번호찾기’ 기능으로 너무나 쉽게 뚫어낼 수 있는 다른 서비스가 많이 있는데다가, 실명과 주민번호만 알면 다른 사이트에 신규 가입은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앞으로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책임은 지지 않는 개인정보보호정책

물론 이 사이트도 회원정보 보호정책이라는 게 있(었)겠지요. 담당자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옥션이나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해킹에 의한 피해는 책임질 수 없음’을 들어버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글쎄요 저는 요즘 같은 때에는 이러한 SQL 강제 주입이 해킹의 축에 속할 수나 있는지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구글링’을 통해 회원정보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엑셀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는 사이트들은 어떤가요?

예전에 한 번 검색 엔진 구글이 해킹툴로 활용된다는 식의 기사를 본 적도 있는데요, 정말이지 환장할 노릇입니다. 그곳의 보안 담당자라는 분은 그래서 방화벽 솔루션을 다른 걸로 교체한다는 둥 말도 안되는 말씀을 하시던데, 구글링으로 찾아서 내려받았다는 말은 결국 어떻게든 링크를 타고 갈 수 있는 ‘노출된 데이터’라는 말과 동일한 거 아닌가요? 어떤 아이피로 접근하든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걸 마치 ‘첨단 기술이 집대성된 고성능 검색 엔진을 해킹에 활용’했다고 말하는 뻔뻔함은 어디 가면 할인 받아서 살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어쨌거나 아주 소수, 정말이지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국가적인 보안 위기라고 목놓아 소리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언론이라는 자들은 이 걸 단순히 가십거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자극적인 기사만 쏟아내고 있지요. 단순히 주민번호를 사이트에서 받아가지 말자는게 주된 요지가 아니라,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보안 개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