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4 :: 트랜스포머2를 보든지 말든지…

배후가 있을 법한 불온한  이슈

자고 일어나면 이슈가 생겨서 블로고스피어가, 아니 온 대한민국이 시끌 벅적한 요즘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별 건더기도 없는 이슈에 대해서 들끓는 게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다름이 아니라 며칠 전 ‘트랜스포머2′의 홍보를 위해 마이클베이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서울을 ‘잠깐’ 들렀다가 간 사건 때문입니다. 사실 사건이라고는 하기 참 뭣하지만 뭐랄까 이 걸 바라보는 입장에는 온통 구린 느낌이 가득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 열기가 가시지 않으니 뻥뻥 터지는 (미국은 너무 터뜨리지 말라고 화도 내고 있는데) 북한 미사일 문제에서 그 기원과 출처가 불분명하고 역시나 이슈 꺼리가 되기 힘든 청담동 클럽 사진들에 주지훈 마약 사건까지. 물론 그냥 느낌입니다만 그냥 어거지로 만들어내는 떡밥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물론 여기 저기서 이 떡밥 덥썩 물고 포스팅 풀어내는 블로그들도 참 많았으니, 어찌보면 (한 곳으로 생각되는) 이 이슈들의 소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슈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아무튼 이슈가 안될 꺼리를 굳이 이슈화 시키는 것으로 의심되는 트랜스포머 방한 사건의 개요는 대략 다음과 같더군요

  1. 마이클베이 감독과 제작진들이 일본에서 열린 대형 시사회에 참가했다.
  2. 일본은 조낸 성대하게 시사회를 치렀다.
  3. 근처 일본도 오고 했으니 일정에 없이 서울을 잠깐 들르기로 했다.
  4. 그래서 감독이랑 주연 배우만 잠깐 들렀다.
  5. 근데 오기로 한날 비가와서 기자들이랑 팬들이 비를 맞고 기다렸고, 그들은 지각을 했다.
  6. 샤이아는 심지어 줄곧 주머니에 손꼿고 불손한 태도를 보였다.
  7. 그리고 다음날 공식 일정까지 지각하고 포토월 시간도 별로 안 준 채 휭 가버렸다.

그래서 ‘일본이랑 차별하냐 시방새들아, 드러워서 너네 영화 안 봐. 여러분도 같이 보지 말아요’ 라고 이야기하는 기사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몇 몇 블로거들이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여기에 ‘낚였거나 그냥 열폭한다’고 밖에는 생각하기 힘드네요.

  1. 원래 일정에 없었던 한국 방문인데 갑자기 일정을 잡고 들어온 거 아니냐.
  2. 트랜스포머 원작이 일본이니 영화사에서도 의미를 크게 두었겠지. 일본쪽에서도 준비 많이 하지 않았던가.
  3. 방한 비용은 수입/배급한 업체에서 지불했을테니 감독하고 주연 배우만 오라고 했겠지. 솔직히 주연이랑 감독 말고는 그리 인지도 있는 것도 아니고.
  4. 비도 오는 날에 비행기 도착시간에서 무대 인사까지 3시간 밖에 여유가 없더라. 이런 걸 주최측의 농간이라고 한다. 손님들을 퀵으로 배달하리?
  5. 비가 오는 것도 그들 탓인가? 애초에 실내를 장소로 잡았다면? 게다가 샤이아군 사회자인 유상무씨한테 우산 쓰라고 건네주고, 마이클 베이 감독도 유상무 옷에 물기 털어주더라.
  6. 미쿡 애들 교장선생님이나 회사 사장이 불러서 깔 때도 주머니에 손 넣고 있는다. 그거 걔네 문화권에서는 불손하니 어쩌니 할 시선이 아니다. 이거 갖고 뭐라 그러는 기자들이 있던데 100% 열폭이다.
  7. 넉넉하게 일정을 준비하려면 애초에 수입사에서 준비하고 마라마운트랑 협상했어야지.

그러면서 영화에 대해서는

그렇게까대면서 영화 자체를 까는 이야기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 보지 말잽니다. 그네들 방식으로 똑같이 이야기해보자면, ‘너네는 공짜로 영화봤으니 됐다 이건가? 그러면서 걔네들이 너네 무시하는 거 같으니까 그것도 기사라고 싸질르는 너네 신문은 신문이냐? 진짜 최악이다’ 라고 할까요.

어차피 영화가 개봉하면 1편과 기타 예고편들로 기대감 충만해진 관객들은 극장을 찾을 겁니다. 이 이슈가 기자들의 투정이 됐든, 경쟁 영화사의 저열한 알바 공작이 됐든 볼 사람들은 영화 보겠지요. 수많은 연인들과 SF 영화 팬들이 6월말에 찾을 곳이 극장 말고 더 있겠습니까. 문화 주권 운운하며 이 사건을 기사화하고 글을 써 대는 기자님들, 문화 산업의 미래와 문화 주권을 걱정하는 당신들이 한국 영화계의 토양을 좀 먹는 ‘맨데이트’, ’4요일’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 자체를 그냥 덮어주고 또 별 소리 안하는 것은 괜찮고 포토월 시간 짧게 주고 기자회견 늦은 외쿡인들 까는 건 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되는데… 하루 하루 바쁘고 기사거리도 시원찮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하는 건 좀 그렇잖아요? 거창하게 언론인으로서의 소명 의식을 말하기 전에, 월급 명세서가 부끄럽지 않은 정도의 기본은 지켜 주셔야죠.

20081229 :: 개봉영화 간보기 2

금주에도 극장 근처에 못 가본 한을 예고편 및 포스터 리뷰로 대신해 봅니다.  기대해마지 않았던 지구가 멈추는 날의 평들이 너무나 가혹한 탓에 살짝 의욕을 잃어갑니다. 다음 기대작은 ‘왓치맨’ 이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어떤 색히가 제목을 이따위로!!) 정도겠군요. 왓치맨 개봉 땡겨주면 안되나요? 훌쩍

금주의 영화

  • 지구가 멈추는 날
  •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 달콤한 거짓말
  • 예스맨
  • 로맨틱 아일랜드
  • 굿바이 칠드런
  • 오펄드림

모든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 영화이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지구가 멈추는 날

무척이나 기다렸던 작품이나, 지금 각 종 포털의 별점 및 이런 저런 리뷰를 보아하니 예고편 > 본편 인 거 같아서 많이 안타깝습니다.  그냥 고전 영화인 ‘지구가 정지한 날’이나 구해다가 봐야 하는 것일까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그냥 잃어버리고 마는게 낫다는 영화. 손수 감상하신 지인의 말을 전하자면 ‘인디아나 존스랑 주라기 공원인데, CG티 많이나고 재미없어’ 라고 합니다. 사실 그다지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예전 한국 영화 ‘아유레디?’가 생각나서 그냥 끼워넣어 봤습니다. 

 

달콤한 거짓말

사실, 박진희의 팬입니다. 보러 가고 싶습니다. 다만 포스터 만큼은 저게 아닐텐데 라는 느낌이 너무 강합니다. 어쨌든 좌측 하단 박진희 표정… 보러 가야겠네요.

 

예스맨

이것도 개봉하고 좋은 평들이 많더군요. 마지막으로 봤던 짐캐리 영화는 ‘ 넘버 23′이 마지막이군요. (그냥 ’23′이 제목이었던가요?) 한국어 배우는 장면도 있다고 하지만 역시 왠지 극장에서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이스 벤츄라’ 같은 걸출한 작품이 다시 나오길 바라는 수 밖에요.

로맨틱 아일랜드

사실 보라카이에도 별로 가고 싶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를 보려면 ‘이선균의 완벽 훈남 포스를 버텨내야함’ + ‘유진의 오버연기를 견뎌내야함’이 벌써부터 예상됩니다. 도대체 이런 영화는 커플들도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자분들끼리 오손도손 손잡고 가서 보신다면 말리고 싶지는 않군요.

 

굿바이 칠드런

무려 황금 사자상입니다. 하지만 스크린에서까지 억압 받는 사회를 마주하고 싶지는 않네요. 요 몇 년 내에는 비디오로도 볼 생각이 없을 영화.

 

오펄드림

 

‘천국의 아이들’ 간지가 날 것 같습니다. 물론 애들이 너무 영악해보이는 예고편과 포스터의 저 눈빛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20081214 :: 주말 영화 간보기

극장에 가 본 지가 언제였던가 싶어서 이번 주말에는 극장가를 살포시 찾아봤습니다. 볼만한 영화나 기대작 들에 대한 정보를 별다르게 찾아보지 않았던 요즘이라 어떤 영화가 개봉했는지는 극장에 가서야 알겠더군요. 어쨌든 시간도 애매했고 결국 마음에 드는 영화가 없어서 그냥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긴 했습니다만 워낙에 쓸 거리가 없는 요즘이라, ‘예고편’/'포스터’로 보는 주말 영화 리뷰나 한 번 해 볼까 합니다.

트로픽 썬더

개인적으로는 약간 기대한 영화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세트로 주연을 한다고 하니 마음이 들뜨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겠지요. 다만 시간이 넘 어중간해서 포기. 줄거리 자체가 워낙 단순하고 이런 저런 홍보 자료들을 접하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한국판 ‘마지막 방위’라고 해도 크게 무방할 듯 하겠군요. 문제는 예고편 자체는 그리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다는 슬픈 이야기 입니다.

과속 스캔들

은근 흥행 성적이 괜찮은 연말 한국 영화가 되었더군요. 다만, 포스터가 너무 저렴해 보여서 극장에서 보기에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복면 달호’의 차태현은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예고편에서도 음악 영화로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냥 외면하게 되었지만요. ‘오거스트 러쉬’와 ‘즐거운 인생’ 두 편의 영화로 인해 음악 영화에 대한 알 수 없는 거부감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결론은 포스터가 너무 극장용이 아니라는 느낌이라 보류.

트와일라잇

북미지역에서는 소설의 큰 인기에 힘입어 대박을 쳤고, 벌써부터 속편 제작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합니다. 포스터에서는 ‘해리포터’의 간지가, 예고편에서는 ‘포비든 킹덤’의 포스가 흘러나와 감상 포기.

오스트레일리아

언제나 ‘다음에 봐야지’라고 생각만 하는 ‘블랙북’과 같은 느낌입니다.게다가 ‘아름답고 웅장한’이라는 단어는 ‘약간 지루할지도…’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물론 배우들은 멋지고 좋습니다만… ‘아름답고 웅장한 감동의 대 서사 로맨스’라는 카피가 뿜어내는 아우라에 압도 당해 관람 포기.

더 폴

사실 ‘더 셀’의 놀라운 미장센에 압도당해 본 경험이 있다면 꼭 봐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했지만, 극장에서 내려가기 전에는 반드시 다시 볼 영화입니다. 꼭 봐야지 꼭.

미인도

그냥 비됴방 가서 에로 비디오 한 편 보거나, P2P에서 야구 동영상 보는 게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패스. 여배우가 얼마나 벗었네 하는 식의 홍보는 이제 그만. 하물며 타짜에서는 김혜수 누님의 엉덩이가 고스란히 나왔지만, 그걸로 홍보 하지는 않았잖아요.

4요일

‘남의 손에 죽기 싫’다며 제 손으로 무덤 파는 영화라는 걸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음.한 달만 빨리 나왔어도 수능 끝낸 수험생들은 볼 만도 했겠지만, 굳이 개봉 시기가 문제가 아니겠죠. ‘맨데이트’가 없었다면 올 한 해 최악의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예감이 듭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전에 오롯이 극장에 들러서 영화 한 편 보고 문화 생활 했다는 그 뿌듯한 마음을 좀 느껴볼만한 그런 영화가 이번 주에는 개봉을 할지 궁금합니다. 참, ‘지구가 정지한 날’은 괜찮을런가 모르겠네요.

20080605 :: 날나리 종부전(200*)

날나리 인지 날라리 인지.. 암튼

절대, 결코 볼 일이 없을 것 같은 이 영화를 개봉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 놀라시는 분들도 있을 수도 있겠네요. 뭐 워낙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를 즐기는 편이기는 합니다만, 예고편을 보기만해도 쓰레기 간지가 폴폴 나는 ‘여고생 시집가기’, ‘카리스마 탈출기’와 진배 없을 이 영화를 그것도 돈 내고 봤다는 겁니다.

어쩜 이런 일이… 그러니까 길고 긴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수요일 철야를 하고 잠 한 숨 못 잔 상황에서 대구로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정말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졸지 않고 (- _-) 꿋꿋이 저녁까지 버티며 장시간의 힘든 회의를 마치고서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동대구역에 와서는 거의 패닉 직전에 이를 뻔 했습니다.

5일 저녁부터 이어지는 릴레이 촛불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너도 나도 열차와 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집결하다 보니, 이미 그 시간대에는 서울행 기차표가 전부 매진인 것이었죠. 어쩜 이럴 수가… 대구로 출발하기 전에 혹은 동대구역에 도착했을 때 돌아가는 표를 사 두고 싶었지만, 회의가 언제 끝나는지는 고객의 마음이기 때문에 차마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어쨌든 창구에 매달려서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영화관람석’이라는 희한한 자리가 남아서 그걸 타고 왔습니다. 물론 그 때는 무슨 영화를 해주는 지도 별 관심이 없었고, (매우 좁긴 하지만) 어디든 의자에 뒷통수를 대고 잠을 좀 자고 싶은 생각 뿐이었거든요.

하지만 그게 좀 녹록치가 않더군요. 그냥 불꺼져서 어두 컴컴한 걸 제외하고는 일반 KTX 객실하고 아무런 차이가 없는 객실 가운데에 스크린이 있고 프로젝터로 거기에 영화를 틀어주는 것이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어폰 같은 걸 제공해줄 줄 알았는데 너무나 조악한 음질의 스피커로 (아니면 그 영화의 음향 자체가 조악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틀어주는 것이었습니다.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에 비하면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아무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의지로 탑승한 기차였고, 영화 따위 관심없으면 자면 그만일 줄 알았는데 이게 큰 오산이었습니다.

시종일관 떠드는 영화, 정작 이야기는 없네

요즘은 워낙에 TV를 안보고 사는지라 누가 인기 있는 가수이고 개그맨인지 전혀 알지 못하지만, ‘one more time’이 여기 저기서 많이 흘러 나오는 걸 보면 쥬얼리의 인기는 여전한 듯 합니다. 물론 요즘은 어디서 뭐하는지 잘 안 보이는 박정아양보다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신상녀’ 서인영양이 그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으리라는 추측만 할 따름이지요.

어쨌거나 예전에 박정아양이 좀 잘 나가던 무렵, 으레 좀 나간다 하는 가수들이 스크린에 진출하는 것처럼 (물론 대부분 결과는 빤합니다만) 박정아양을 전격 주연으로 발탁해 만든 영화라는데서 박정아 개인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이 얄팍한 영화는 한국 영화를 너무 많이 만든 건지, 아니면 만들지 말아야 할 영화를 많이 만든 건지 완성해놓고도 오랜 시간을 개봉 관을 잡지 못해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게 이 영화의 큰 패착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짝하는 인기에 편승해서 한 껀 올리려고 했는데 막상 영화가 겨우 개봉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이미 박정아 양은 TV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연예인이 되어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그 사이에 이미 ‘못말리는 결혼’이 좀 비슷한 컨셉으로 나와서 ‘김수미 효과’를 톡톡히 봐온 뒤라 아무래도 좀 식상한 소재를 갖고 뒷북치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박정아양은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삼삼한 연기를 보여주었고, 이후에도 시트콤 같은 곳에서도 종종 나타나서 나름대로 가수 치고는 괜찮은 연기를 선보였더랬습니다. 그럼요.. 횰양보다는 훨 나았다고 볼 수 밖에 없죠.

아 그러나 너무 박정아양의 연기력만을 믿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이 영화의 연출이나 각본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영화는 시종일관 박정아의 나레이션으로 ‘때웁’니다. 이건 정말 땜질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숙면을 취하기를 포기하고 눈을 뜨게 만들 초반 15분 가까운 시간동안 박정아의 목소리가 쉬지 않고 이어져 나왔습니다. 눈을 감고 있노라니 이게 대사를 연속적으로 계속 치고 나가는 건지 (혼잣말 포함해서) 아니면 입은 다물고 있는데 나레이션이 자꾸 나오는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만, 눈을 감고 있었던 시간 동안의 내용은 너무도 생생하게 머리에 남아서 눈을 뜨지 않고서도 본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제아무리 박정아양의 팬이라 하더라도, 듣기 좋게 정제된 목소리, 억양이 아닌 막 흘러나오는 라이브보다도 어색한 쉼없는 나레이션에는 좀 질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뭐 영화는 충무로산 돈낭비 영화들이 갖추고 있는 요소는 빠짐없이 다 끌어모아서 담아두려는 욕심이 컸는지 결혼 반대하는 집안도 나오고, 원나잇 스탠드 (*-_-*)도 나오고, 조폭들도 나오고 이래 저래 다 나옵니다.

그러나 너무나, 너무나 식상할 따름입니다. 분명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했을 것 같은 생각을 처음에 살짝 했을 것도 같다는 느낌이 어찌 생각하면 들 수도 있는 이 영화에서 ‘웃기다’는 점은 거의 찾을 수 없습니다. (막판에 대포 쏘는 장면에서는 어이가 없어서 한 번 피식 하긴 했어요. 인정합니다.)

단지, 이 영화의 상영 시간인 110분을 가까스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너무 오랫동안 잠을 못자 머리속이 하애졌던 까닭에 다름 아니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비싼 요금을 내고 본 셈이 되었지만, 그건 결국 출장비로 처리될테니 배가 아프지는 않네요. 그냥 만든 돈이 아깝기는 하지만, 이런 영화 묵혀두는 동안 여러번 볼 기회는 많았을터인데 당장은 제작비 만큼 손해를 보더라도 이런 영화 그냥 등장인물들이랑 제작진이 소장용으로만 간직하고 폐기하는 것이 어땠을까라는 잔인한 생각도 해봅니다. 그저 이런 영화들이 극장에 내걸릴 때마다, 관객들은 헐리웃 영화로, 홍콩 영화로 내몰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그 반대 급부로 얻는 것도 있습니다. 간밤에 잠도 안오고 심심해서 하나포스 사이트에서 (하나로 회선 사용중임) ‘상사부일체’를 봤었는데요,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날나리 종부전(날라리 종부전?)’의 덕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 밤에는 심심해도 ‘상사부일체’를 다시 볼 생각은 없습니다. 이제는 좀 제정신이 돌아왔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20080501 :: 아이언맨

지난해 언젠가 우연히 아이언맨의 티저 예고편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훗’하고 코웃음을 쳤습니다. 음속을 돌파하며 날아가는 장면 정도로는 트랜스포머가 보여줬던 시각적 충격을 뛰어넘기는 힘들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연이은 공개 영상은 딱 1년전에 안달복달 못하게 만들었던 ‘트랜스포머’ 이상의 기대치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트랜스포머’의 로봇들은 멋졌고, 변신과정 자체도 감탄을 금치 못할 수준이었습니다만 결정적으로 알록달록한 범블비나 옵티머스 프라임을 제외하고는 다들 회색/검은색 천지라 뒤엉켜 싸우는 것 자체가 분간이 안가는 액션상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던 것이었죠. 게다가 너무나 빈약한 스토리는 영화를 보고 난 후 ‘본 게 없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조금 들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비해 아이언맨이 선사하는 특수효과는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사실적입니다. 물론 인공지능으로 관리되는 저택이나 작업실은 좀 작위적인 면이 없지않아 있지만 마크1~마크3의 변천사도 흥미롭고, 수트의 제작과정을 하나하나 보여주는 것은 CG로 구현하는 것에 비해 뭐랄까, 장인 정신이 엿보인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작은 부품, 부품들이 아이언맨이 취하고 있는 동작에 맞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장면은 영화 CG기술이 이룰걸 다 이뤘다고 해도 역시 해가 거듭할 수록 진보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기술의 진보라기보다는 CG를 맡은 미술감독의 장인정신의 산물이 아닐까 합니다)

게다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토니 스타크는 스파이더 맨의 피터파커에 필적할 만한 멋진 캐릭터입니다. 게다가 캐스팅역시 스파이더 맨쪽에 비견해 꿀리지 않을만큼 성공적이구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여 전 세계적으로 ‘브래지어 착용의 필요성’을 설파한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비해 아이언맨은 일단 뭔가 메세지를 전하려는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토니 스타크 자체가 원래부터가 좀 머리는 좋고 집안도 유복했지만 싸가지가 없었거든요. 단지 자신의 잘못으로 널리 유포된 자신이 개발한 무기를 재고 부담없이 처리하고 싶은 삐뚤어진 한 사업가의 야망을 불태울 뿐이지요.

줄거리는 단순하고 액션씬의 비중은 적었지만 액션보다도 더 흥미로운 영웅의 탄생과정과 섬세하고 독특한 캐릭터는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그 새끈하게 잘 빠진 매카닉 디자인도 마음에 들구요. 벌써부터 2010년에 2편이 개봉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 장담하건데 트랜스포머2가 나와도 안 볼겁니다. 이제부터는 아이언맨인 겁니다. (근데 스파이더맨4가 개봉하면 어쩌지?)

한 줄 요약 : 다음기회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