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5 :: 최종병기 활 & 그을린 사랑

하루에 영화를 두 편 보는 일이 뭐 그리 빡센 일일까 싶었는데, 어제 심야 영화를 보고 오후에 약속이 있는 상황에서 두 편의 영화를 그 사이에 모두 보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어쨌든 아침에 부족한 잠을 잠시 접어 두고 검색해본 결과 제목에 버젓이 올라와 있는 두 영화를 연속해서 볼 수 있고 저녁 약속 시간에도 맞출 수 있는 시간대는 충무로 대한 극장 뿐이라, 아침부터 안나님을 만나 충무로로 향했다.

물론 두 영화 사이의 여유시간은 단 5분으로 점심은 지하철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그 어느 홈리스가 부럽지 않은 남루한 차림새로…) 때웠다. -_-;

그을린 사랑

맙소사, 대한극장 음향 시설 왜 이럼;;; 오른쪽 스피커가 나왔다가 안나왔다가… 너무 거슬리는 와중에 중간 중간 버퍼링도 아니고 화면이 멈추는… 아무튼 그런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집중해서 본 영화였다. 대놓고 ‘복선’이라고 외치는 몇 몇 장치들 때문에 충격적인 결말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는 있는데, 나 역시 예상은 “그렇지 않을까” 싶었지만 시간적인 요소가 중간에 생략되는 바람에 “아니 그 가설은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어”로 기각되었는다. 음… 결국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라는.

아무튼 스포일러는 싫으니까 그냥 요약하자면 제목이 주는 의미를 곱씹고 곱씹어 보지 않고서 상영관에 들어선다면 당황스럽기 그지 없는 결말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과정 모두가 하나의 힌트라고 생각하면 결말은 너무 쉬운 답이니까 그냥 장면 장면에 집중해서 볼 것.

다행히 연출, 촬영, 연기 모두 상당히 흡인력이 있으므로 그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최종 병기 활

아… 포스터를 너무 못 만들었어. 오락 영화로서의 최종 병기 활은 자인(성인/아역 모두)의 어색한 대사처리를 제외하고서는 오랜만에 한국영화에서 ‘웰메이드’가 탄생했다고 볼 수 있는 영화라 하겠다. 활이라는 무기의 특성을 잘 살린 전투씬이 일품이고 놀랍도록 집중하게 만드는 연기와 연출도 좋았다. 특히 촬영과 특수 효과도 거슬리는 부분이 ‘별로’ 없이 무난한 수준. 하지만 초반에 개성이 침공 당하는 부분에서는 왠지 ‘디-워’가 연상되었는데… 이런 장면은 왠지 너무 진부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감독들의 상상력은 이상하게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진지한 생각을 해 본다. 어쨌든 두려움은 응시하면 그 뿐이고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니. 만약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봐라. 꼭 봐라. 두 번 봐라.

20110814 :: 카우보이 vs 에일리언

박해일님하의 높은 인기 때문인지 “최종병기 활”을 보러 갔다가 (좋은) 자리가 없어서 대신 보게 되었음. 1 일단, “아이언 맨”에서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과 깨알같은 디테일에 대해서 그 감각을 보여준 존 파브로 감독이니까, 크게 실망할 일은 없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00:40에 상영을 시작하는 영화라 상영관 안에는 사람이 꽉꽉 들어차있는 것 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느낌이었음.

카우보이 vs 현상금 사냥꾼

이 영화는 카우보이와 외계인의 싸움을 그리고 있는 데, 압도적인 화력의 차이가 남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일단 주인공이 좀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다가 일어나는 주인공의 멋진 액션 시퀀스를 담고 있는 부분. 초반 기선 제압은 제대로 하고 시작한다.

카우보이 vs 보안관

역시, 서부극이면서 총만 쏴대는 것이 아니라 마치 007의 최신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이 격투신이 스피디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지금부터 이 영화의 주된 패턴인 “만남 직후 공습”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 카우보이 vs 여자
  • 카우보이 vs 무장강도
  • 카우보이 vs 인디언
  • 카우보이 vs 에일리언

위의 순으로 갈등하는 인물(혹은 인물들)을 만나고 막 다툴 때 쯤 외계인이 나타나서 혼비백산. 아 이러면 무슨 스토리 진행이 가능할 것인가… 영화를 절반 정도 보고 나면 슬슬 “아, 이 양반이 이제 이렇게 벌려 놓은 것들을 어찌 수습하고 마무리하려고 ㅠㅠㅠㅠㅠㅠ”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역시 존 파브르는 우릴 실망시키지 않았다. 어찌보면 흔해 빠진 블록버스터 영화들 보단 조금 엉성할 수는 있으나 역시 예의 그 깨알같음으로 마무리를 해주고 있다. 그리고 한 번 왕 황당한 사건이 중간에 있으나, 우리2가 궁금해했던 내용들도 모두 설명해 준다. 정말이지 대단한 책임감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 영화는 수작은 아닌데, 제목 때문인지 왠지 B급 영화같이 취급받고 슬슬 묻혀져 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버릴만큼의 영화는 아닌 것 같다. 7광구와는 당연히 비교를 거부할만한 영화이고, 개인적으로는 트랜스포머보다도 훨씬 더 재밌게 본 영화이다. 액션 시퀀스들이 시원시원하고 (간혹 폭력 수위가 높은 장면들도 있음) 특수 효과도 매우 깔끔해서 여름에 어울리는 블록버스터라는 생각.

끝으로 여주인공으로 TRON-Legacy에 나왔던 Olivia Wilde 누나가 출연하는데, 역시나 여자에게 아이라인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신다. 그런데 과감한 전라노출을 감행만 해놓고 15금 수준으로 다 가려버리는 건 뭣하는 짓이냐. 흥행에 실패하는 건 뭐 이런 이유들 때문인 건가?

  1. 물론 좀 보고 싶기도 하였고
  2. 사실 보는 이 보다 등장 인물들이 더 궁금해했던

20110417 :: 한나

기대작이었던 한나를 휴일을 틈타 안나와 함께 관람.

• 액션씬은 예상보다 많지 않으나 장면 장면이 매우 강렬함
• 액션의 비중이 그 정도이면서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출력은 인정
• 한나역의 소녀배우는 케이트 블란챗, 에릭바나를 듣보잡으로 만들만큼 대단한 포스를 내뿜음, 허나 영화는 이 순수하고 치명적인 소녀 캐릭터를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
• 꽤 큰 스케일과 아름다운 풍광, 영상미는 마음에 듭디다.

암튼 대단한 신인 여배우를 발굴해 냈다는 점에선 만족스런 작품.

20110414 :: 써커펀치 감상평

역시나 스포일러 없이, 간단하게 감상평을.

  • 장면 장면이 화보다.
  • 삽입곡 중 Sweet Dream, asleep 두 곡은 에밀리 브라우닝이 직접 불렀다. 그녀의 음색이 잘 살아나서 좋다.
  • 액션 장면은 사실상 ‘환상’인데, 주요 배경은 일본 애니메이션 내지는 게임 속에서 많이 본 듯한 설정이 많다.
  • 그만큼 액션도 스피디하고 화려한데, 합이 짧고 편집이 많은 스타일이 아니기에 볼거리는 충분하다
  • 액션씬이 아닌 경우에도 미소녀들이 계속 나오니까 계속 마음에 든다
  • 대사가 적고 인셉션처럼 의식의 레벨 구조(?)가 있으나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므로 생각 없이 보면 된다.

결론은 내용보단 화면으로 승부. 에밀리 브라우닝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하고, 잭 슈나이더 감독 팬들 역시 꼭 보길 권한다. 다만, 제작 비용의 탓인지는 몰라도 왓치맨보다는 약간 미장센이 떨어지는 편이다.

 

팁:

  1. 영화 시작 시 타이틀롤이 독특하게 표현되는데, 이 부분을 염두에 둔다면 이야기 구성의 이해가 조금은 될 수도 있다.
  2. 엔딩 크레딧도 볼만하므로 놓치지 말자.

20110305 :: 블랙스완

길게 쓰려니 정리가 안될 것 같아서 최대한 짧게.

블랙스완

  • 니나는 사실상 나탈리 포트만 스스로가 투영된 캐릭터. 오스카는 당연히 따 놓은 당상일 수 밖에 없었다.
  • 극의 전체를 이끄는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는 대사, 표정, 심지어 근육과 힘줄의 모양, 피부에 돋은 소름하나 하나까지도 제대로 디테일이 살아있다. 최고.
  • 예술을 소재로 했지만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덕분에 ‘추격자’ 못지 않게 관람에 많은 체력이 요구된다.
  • 흑조로 변신하는 장면은 길이 길이 남을 명장면이 될 듯 하다.
  • 엔딩크레딧이 무척 짧았다고 느껴지는데, 이유는 따로 있겠지.
  • 5점 만점에 5점
  • 무섭고 섬뜩했지만 또 너무 아름다운 영화.

보너스 – 극장 광고 단상

  • Olleh (발로 뛰겠소) – 닥치고 귀부터 여는 KT가 되길. 살짝 역겹기까지 하다. 고객 만족이 뭔지 알지도 못하면서 깝친다는 느낌
  • 티켓몬스터 – 소셜커머스라며? 연달아 이어지는 이들의 광고는 처연한 느낌까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