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9 :: 이적 “그대랑 2010년 투어” 관람기

얼마전 4집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을 재개한 이적님의 콘서트를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신촌 연세대학교 대강당. 날씨도 춥고, 해떨어진 시간에 한강 이북을 건너가는 것도 참 오래만이고 해서, “다음부터는 꼭 모교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요즘 연세대학교 대강당은 크고 작은 콘서트나 강연 장소로 자주 등장하는 것 같군요. 신촌역에서 택시를 타니 기사분께서 “오늘도 무슨 공연있나봐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나름 데뷔 16년차 중견가수(?)라 그런지 나이대가 좀 있으신 기사분께서도 이적이라고하니 아시더군요.

그러고보니 이적 이적 공연은 개인적으로는 참 오랜만에 가 보는 공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 물론 공연 바로 전 주에 네이버 뮤직에서 진행한 ‘이적과 함께하는 음악감상회’에 당첨되어 다녀온 바도 있지요. 남산에 있는 카페 화수목에서 이적의 새 음반 ‘사랑’의 수록곡들을 만든 이의 소개와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걸 들으면서 하나 하나 감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공연에서는 새 앨범의 노래들을 모두 부르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음악 행보의 중간 결산

이번 공연은 아티스트 이적의 중간 결산이라는 성격이 짙었습니다. 대게 새 앨범이 나오고 투어를 시작하면 새 앨범에 실린 노래들 위주로 무대를 꾸미기 마련인데, 새 앨범 노래들보다는 지난 노래들 위주의 무대가 많았습니다. 개인 공연 자체가 참 오랜만이기도 하고, 이적 스스로도 이번 앨범은 전작들과는 성격이 많이 다른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생각됩니다. 지난 솔로 앨범들과 패닉 시절의 노래들, 카니발 때 노래들 심지어는 긱스의 “짝사랑”까지 무대에 올려졌으니 이적 음악의 종합 선물 셋트와 같은 느낌입니다.

지난 번 음악감상회에서도 오랜 팬들과 함께 앨범 뒤에 숨은 제작 과정과 관련된 이야기들, 그리고 이적 자신의 음악 세계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성격이 짙었는데, 두 행사의 시간적 간극이 짧아서 인지 공연의 성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패닉 시절에서부터 사랑과 관심을 쏟아온 팬들이라면 좋아할만한 오래전 노래들을 곱씹어보고, (여느 공연이 그러하듯이) 다함께 즐기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편안한 분위기 속 작가적 연출

패닉에서 카니발까지 공연이 잘 짜맞춰진 스토리에 의해 연극처럼 구성되었다면, 긱스 시절 이후로 이적의 공연은 무대를 누비며 보다 현장감 있게 진행되는 방식으로 많이 바뀐 것도 사실입니다. 긱스의 다른 멤버들의 공연 혹은 긱스 공연 자체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막과 막이 구분되는 학예회적 구성 자체가 꽤나 열 없게 느껴질수도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 번 공연은 앨범을 구성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시간에서 서로 다른 느낌으로 출발한 노래들이 하나씩 짜맞춰지면서 이야기를 구성한 이 번 앨범과 유사하게, 오랜 시간동안 음악가 이적이 만들어온 노래들을 한데 묶어보기도 하고 또 펼쳐보이기도 하는 구성은 끊김없이 이어지면서도 그 스스로의 대하 드라마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고나 할까요. 공연 자체가 ‘올드팬’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걸 가정한다면 이런 연출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몇 몇 아쉬운 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번 공연이 100점짜리였던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음향의 퀄리티였는데요. 공연장 자체가 가지는 한계점을 감안하더라도, 저 같은 막귀에게까지 거슬릴 정도로 뭉게지는 일부 소리들과 음의 품질 자체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공연 첫 날에는 무대 양측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가 끝자락에 앉은 관객들의 시야를 가리기도 해 지적이 일었다고도 하는데, 어쨌거나 이적 정도의 레벨에서 공연 시 음향 품질이 이 정도 수준이었다는 점은 많이 아쉽습니다.

공연 세션의 선정에 있어서도 조금은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원래 평소에도 작업하는 세션들이라면 굳이 뭐라할만한 선정은 아니겠지요. 물론 세션을 맡으신 멤버 개개인의 역량에는 뭐라 평을 할 처지가 못됩니다만, 키보드를 맡은 남메아리양의 포스가 포스인지라, 대부분의 세션분들은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아, 이번 공연에서 그녀의 현란한(?) 손사위를 경험하는 것은 블루노트2.0 공연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로 그녀는 자신의 트위터에 언급한 바와 같이 정말 거장이 될 거 같습니다.)

앞으로…

음악 감상회때 이적씨는 대충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자신의 새 앨범 마지막 수록곡 “이상해”와 같은 노래는 앨범이 아니면 만들어질 수가 없었을 거라고요. 음원 유통 자체가 인터넷으로 옮겨가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며 이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개별 음원 위주의 판매가 가능한 이와 같은 시장에서는 개개의 아이템이 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을 가지는 ‘센’ 노래들 위주로 음반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구요. 그래서 ‘이상해’와 같은 이런 노래들은 만들기도 애메할 것이라고, 그래서 자신의 다음 번 앨범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자신도 궁금하다고 하더군요.

분명 한 벌의 ‘앨범’으로서의 음반은 여러 곡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개개의 노래가 주지 못하는 총체적인 정서를 전달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음반 유통의 모델이 변화함에 따라서 앨범이 사라질거라기보다는 또다른 형태의 앨범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물리적 매체’가 갖는 한계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시도들이나 그 속에 담기기 어려워 빛을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많은 작품들이 세상에 드러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지 않을까요.

음악가로서의 이적이 소녀시대와 경쟁하게 되는 것이 현재의 음원 유통 시스템입니다만, 여전히 그는 ‘콘텐트 파워’를 이해하고 있는 아티스트이며, 또 그러한 역량을 지금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사람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그간 남들과 다른 그 만의 매력이 가득한 음악을 들려준 이야기꾼 이적은 아마도 다음 앨범에는 또 뭔가 깜짝 놀랄만한 것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줄 고민을 아마 지금쯤은 하고 있겠지요.

20101010 :: [회상] 우분투 리눅스를 재설치한 사연

하지말라면 하지 말자

역시, 하지말란 건 하면 안되는 것이었나 봅니다. 우분투 10.04를 잘 쓰고 있었고, 게다가 이 버전은 장기지원판으로 상당한 안정성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만, 몇 일 전 우분투 10.10의 개발버전 (알파인지 베타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 군요)이 배포된다는 소식을 듣고 또 몹쓸 “최신 버전 선호 사상”이 돋아나는 바람에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sudo update-manager -d

네, 뭣도 모르고 그 위험하다는 배포판 업그레이드를 감행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사실 상 우분투 10.04 버전도 알파2 상태에서 업그레이드를 감행했으나, 의외로 상당히 안정적으로 동작해주었고 (당시에는 무선랜이 안잡힌다던가 하는 많은 문제들이 있었음에도) 또, 9.10 버전부터는 대략 설치 후에 이것 저것 손봐야 하는 부분도 별로 없었기에 큰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어쨌든 배포판업그레이드는 무리 없이 끝이 났고 매일 매일 새로이 업데이트 되는 백여개의 패키지들을 꼬박꼬박 설치해가면서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몇 일전에 드디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부팅 중 그래픽 모드로 전환이 되지 않고 커서만 검은 화면에서 껌뻑거리는 형태로 가만히 멈춰있더군요.

라이브 CD로 부팅해서 손을 볼까했는데, 어쩐 일인지 라이브CD 부팅 불가. 환장하고 미칠 노릇이었습니다. 결국 밀어버리고 새로 설치하기로 결심하였는데, 문제는 설치시디(라이브시디)로 설치절차를 로드하지도 못하고 그냥 먹통이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는 10.04 버전의 새 설치시디의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9.10 으로 설치해서 업그레이드하기에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어찌어찌해서 껐다 켰다를 반복하다보니, 열 번 중 한 번 꼴로 설치 화면이 정상적으로 노출되어 설치를 시작합니다. 윈도 7을 설치해보지 않아서 비교가 어렵지만 우분투의 설치 과정은 버전이 올라갈수록 조금씩 조금씩 더 다듬어져 사용하기 편리하게 업그레이드가 확실히 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게다가 속도도 아주 빠릅니다.)

재설치 후 문제

이것은 확실히 10.04를 클린 셋업했을 때 생기는 문제가 확실해 보입니다만, 설치를 마치고 재부팅을 하고 나니, 역시 또 부팅이 되지 않습니다. (부팅은 되는 것으로보이는데, 로그온 화면의 그 뚜둥하는 사운드가 들리고 커서도 나타나지만 여기에서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습니다.) GRUB 화면에서 복구 모드를 선택하여 failsafe graphic mode로 부팅을 하면 정상적인 화면으로 로그인이 가능했습니다. 아마 그래픽 드라이버의 버전 문제인 듯 합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그래픽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실시해야 합니다. 다른 업데이트를 아무 생각없이 설치하고 재부팅되면 나아지겠지…라고 했더니, 왠걸 이번에는 복구 모드로 부팅 중에 아예 벽돌이 되어버리더군요. 결국 눈물을 머금고 다음의 과정을 반복하여 다시 설치했습니다.

  1. 설치 시디를 넣고 설치 선택 화면을 기다린다. (많은 경우 설치 화면 윈도우를 제대로 그리지 못하는데, 이것은 설치 시디의 문제 혹은 CD롬의 문제로 보입니다.)
  2. 설치 언어는 ‘영어’를 선택한다. 한 번 이상 우분투를 설치해 본 경험이 있다면, 설치 과정을 영어로 선택한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3. 설치 시에는 기존에 우분투가 설치되어 있던 파티션을 지정할 수 있도록 파티션을 수동으로 나누는 과정을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4. 설치가 완료되면 재부팅이 된다. 이 때 Recovery mode를 선택하고, 이후 나타나는 모드 선택화면에서 Failsafe Graphic Mode를 선택한다.
  5. 정상적으로 로그인 화면이 뜬다.
  6. 로그인하여 곧바로 ‘SYSTEM > Administration > Hardware Drivers 를 선택한다. 사용 가능한 드라이버의 목록이 표시되는데, 이 때 recommended라 표시된 최신 버전 (current version)의 드라이버를 설치한다.
  7. 재부팅한다. 이 후부터는 정상적으로 부팅이 된다.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9.04부터 설치하여 사용하고 9.04  > 9.10 > 10.04 > 10.10의 순차적인 버전 업데이트를 실시한 컴퓨터가 한 순간에 맛이 간다는게 좀 이상합니다. 아무래도 10.04 버전의 그래픽 드라이버가 제 노트북과 잘 맞지 않았는데 10.10 업그레이드 시에 해당 버전으로 회귀 (혹은 강제 업데이트)가 되어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전까지는 잘 사용했는데 10.04를 시디로 설치하고 맨 처음에 그 문제가 반복해서 나타났었거든요.

아무튼 오늘의 교훈은

고수님들의 말씀은 조상님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위험하니 하지 말라면 하지 말자.

가 되겠군요.  우리 날짜로 내일이면 우분투 10.10의 정식 릴리즈가 있을 거라는 블로터 기사를 본 듯 합니다. (수상합니다. 전통적으로 해당 월의 거의 마지막 즈음에 릴리즈가 되어 왔는데, 특별히 10년 10월 10일에 배포하는 이벤트라도 준비하나 봅니다) 어쨌거나 정식버전이 릴리즈 되었다 하더라도 통상 RC에서는 베타를 거친 사람들은 어지간한 문제는 손수 해결했고, 그것이 RC에서는 보완되지 않아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해법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기 시작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니, 우분투 새 버전은 서둘러 릴리즈 날짜에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 이 건 저 뿐만 아니라 다른 고수님들도 많이 하시는 말씀이니 들으시면 손해볼 것은 없다고 생각되네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데스크톱 2대에는 모두 10.10을 또 냉큼 설치했더랬습니다. 뭐하는 짓인지…)

20100718 :: 유부남 버전 총정리

절대 웃자고 하는 이야기임.

1. Test code, Prototype

아직 풋풋하고 열정이 한창 불타오른다. 학생인 경우가 많다. 사랑이면 뭐든 다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이 버전에서 바로 ‘상용화(?)’가 되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니까. 취업 대란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맞아 떨어지면서 이후 과정을 매우 빨리 밟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존재하기도 한다.

2. 유부남 Deprecated Codes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거나 등으로 인해, 커플 상태를 유지하고 있더라고 이상의 버전업이 힘든 케이스. 많은 경우 만기 제대 이전에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

3. 유부남 pre-Alpha

주위의 측근들은 커플임을 인지하고 있는 사이. 부모님에게는 말을 안하거나, 그냥 ‘여자친구가 있다’ 정도만 보고가 된 상태. 과속 등의 사유로 여기서 바로 RC 버전으로 업데이트 되기도 한다.

4. 유부남 Alpha

주위에서 정식으로 공식 커플로 인정 받음. 제법 커플의 간지가 나며, 간혹 이 버전대에서 빌드 넘버만 높이며 장기간 진행하는 커플이 상당수. 양가 부모님에게 인사 정도는 드리기도 한다.

5. 유부남 Beta

내부적으로는 결혼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성립됨. 양가 부모님께는 정식으로 인사 드린 후 승낙을 현 단계에서 받는 경우가 많음.

6. 유부남RC, Release Candidate

배포 후보판. 상견례 등의 절차를 마치고 날짜를 확정한 상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이 버전의 유부남은 외적/내적으로는 유부남 v1.0과 거의 차이가 없다.

7. 유부남 v1.0

결혼식을 막 마친 유부남. 외견 상 크게 유부남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배포후보판과 차이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 그냥 식만 올린 것으로 RC와 v1.0이 구분되나, 신혼 여행지등에서 고초를 겪고 곧바로 1.0.1 등으로 내부적으로 보완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이 유부남임을 자주 잊기도 한다.

8. 유부남 v1.2~v1.5

유부남 v1.0의 안정화 버전. 크고 작은 버그들이 수정됨. 늦은 귀가, 업소 출입 발각 등의 사건으로 밥을 굶게 되거나 멱살을 잡히는 등의 고초를 겪은 초보 유부남. 이쯤에서부터 자신이 누군가에게 귀속됨을 차차 깨닫기 시작함.

9. 유부남 v2.0

2년차 유부남. 내외간에 아직까지는 신혼이라고 굳게 믿는다. 2세 출현 시 v2.5로 급격히 버전업한다. 2.5의 경우에는 마이너 버전업이나 전체적인 형태는 v3.0에 가깝다.

10.유부남 v3.0-8.x

중견 유부남. 대체로 능글맞아진다. 그러나 거듭되는 버전업에 의해 이 구간의 유부남들은 연차가 대체로 구분된다. 3.x 대의 유부남은 ‘아직 죽지 않았어’ 드립따위를 끼얹지만, 클럽 출입이 어려운 것은 매 한가지다.

11. named version

유부남 버전이 9.x 대 혹은 10.x 대에 이르면, 버전 넘버를 드러낼 필요가 없어진다. 이 경우부터는 특별한 코드 네임이 붙는 경우가 많다. 유부남 XP, 유부남 Extreme, 유부남 Unleashed 등등의 수식어가 붙게 된다. 이쯤되면 유흥 업계 말단 직원(?)보다 매니저급과 돈독한 사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12. Integrated version

더 이상 버전따위가 중요하지 않으며, 보통은 운영체제의 버전업에 귀속된다. 탐색기나 메모장과 같이 아무도 유부남이라고 의식하지 않는다. 작업의 달인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전 “무산된 프로젝트”가 “오픈소스화”된 케이스입니다. 줍는 사람이 임자… orz

20100704 :: 슬픈 꿈

하루는 숩의 스승이 아침에 과식을 하여 소화도 시킬겸 마당을 소요하다, 울고 있는 숩을 발견하고 물었다.

“어찌 그리 댓바람부터 쳐 울고 있는게냐”

숩이 대답하길.

“슬픈 꿈을 꾸었습니다.”

“그래, 무슨 꿈을 꾸었느냐.”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테라스에서 여자 친구와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래, 그녀가 이별을 말하더냐”

“아닙니다.”

“그럼, 그녀가 못생겼더냐.”

“아닙니다.”

“근데 왜 울고 지랄인고.”

“왜냐하면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기 때문입니다.”

원문 : http://kpig.tumblr.com/post/768082718

20100619 :: Bluenote Jazz 2.0 후기

날씨 한 번 우울한 토요일이었습니다.

"뭐가 보이니?" / "제 미래요. 참 칙칙하네요"

일부 언론매체를 통해 기사가 나가서 아는 분들은 아실테지만, 오늘 (시간 상으로는 어제) 대학로에서 ‘Bluenote Jazz 2.0′이라는 재즈 공연이 있었습니다. (공연 개최까지의 대략적 뒷 이야기는 앞의 기사 링크를 참조하세요) 뮤지션 남궁연(@NamgoonYon)과 인텔코리아의 한인수이사(@Frank_Intel)1가 트위터에서 우연히 처음 알게되어, 공연을 기획하고 결국 불과 한 달만에 성황리에 그 결실을 트위터리안들에게 선보였습니다.

트위터에서 시작된 공연

오늘 공연을 싹 틔운 저 두 분 역시 이전에 따로 일면식이 있었다거나 한 것은 아니고, 트위터를 통해 만난 사이로 알고 있습니다. 공연 기획에 있어서 모든 과정은 트위터모임 애드온을 통해 신청자를 받고 공연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형태였습니다. 단순한 Jazz 2.0이 아닌 공연2.0의 형태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단지 인텔 코리아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무료 공연이라서가 아니라, 실제 참석 여부 회신율이 90%(전체 인원 400명)를 넘어섰으며, 실제 공연장은 레알 가득차서 계단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출연자에는 당연히 남궁연씨가 있고, 김광민씨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 정도 인기를 끌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홀로 공연 보기

공연 참가 신청은 대표 신청자가 동반인까지 함께 신청하는 형태였습니다. 물론, 저는 이런 공연에 동반할만한 친구나 애인이 없기 때문에2 시크하게 동반인 따윈 필요없다고 달랑 혼자 신청했습니다. 선착순 400명이 순식간에 마감될 줄 알았는데 (동반을 포함하므로 실제 신청은 그 반 수 정도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의외로 10일 가량 신청을 받았고, 공연 전날에 마감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언론을 통해 소개가 되었고, 덕분에 막판에 신청 러시가 쇄도한 듯 합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만족하셔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막상 RSVP를 보내고 나니,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사실 최근 한 두 달을 제외하면 멀리 돌아다니지도 않았는데, 공연이라. 홀로 보는 심야영화도 아니고 츄리닝 차림으로 시내를 다닐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공연은 혼자 보면 정말 뻘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뭇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비웃으려면 비웃으셈 쳇

하는 심정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어제 퇴근하며 MP3P를 사무실에 두고 나왔기에3 사무실에서 BGM을 챙겨들고 대학로로 나섰습니다.

버스로 이동했는데, 길이 심하게 막히지는 않아서 생각보다 빨리 대학로에 도착했습니다. 대학로 지리는 거의 모르지만, 공연장 안내를 너무 친절히 해주신 @Frank_Intel님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단 간단히 요기를 하고, 티켓 수령을 하러 갔는데, 거기서 좌석을 배정해 주시던 여자 스텝분들 대단한 미인들이셨습니다. 로비에 에어컨도 잘 나오던데, 그냥 공연 시작때까지 한 시간 반 동안 거기 앉아서 언니분들이랑 눈이나 맞춰볼 껄 그랬나요. ㅜ_ㅠ 어쨌든, 카페인이 부족하다고 온 몸이 아우성을 치고 있는 관계로 한증막 같은 날씨 속으로 꾸역꾸역 돌아 나왔습니다. 4

티켓을 교부받고 다시 나오니, 주말 저녁. 대학로는 커플로 득실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외곽을 돌아 할리스에서 아이스 커피를 홀짝이다 추워서 다시 공연장쪽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랬더니 이 곳도 온통 커플 천지!!!!)

공연

공연 입장은 시작 30분 전부터 시작했는데,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입장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그래서 공연 시작이 약간 지연되긴 했습니다. 첫 곡 때는 몰랐는데, 중간에 객석에 조명을 켜고 보니 완전히 가득찼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아, 저는 꽤 일찍 가서 자리를 배정 받은 관계로 맨 앞이었습니다. 중앙이 아니라 왼쪽이긴 했지만… 덕분에 더욱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기도 했지요.

오른쪽 끝에 드럼셋이 보입니다. 남궁연씨 짤림.. ㅈㅅ ;;

첫 곡으로 멋지게 막을 연 공연은 남궁연씨의 특유의 입담으로 재즈와 소통 그리고 SNS에 대한 짤막한 강연으로 이어졌습니다. 공연이 아닌 강연에서도 청중에게 뭔가 계속 시키는 그런 방식 멋집니다.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주자분들이 만들어내는 무대는 정말 멋졌습니다.

중간 중간 무동반의 서러움(?)을 뼈져리게 느낄만한 대목들이 많았는데요… 뭐 공연에서 프로포즈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뭐 그건 나도 여자 친구 있을 때 이야기고!!!

잠깐 쉬는시간(?)으로 키스타임까지 마련해주시는 …

미모의 건반주자님 in Kiss Time

키스타임(?) 중에는 모든 조명이 다 꺼진 건 아니고, 푸른 색 은은한 조명 무대를 비추고, 장막이 내려와서 가렸습니다. 좀 밝아서 앞 쪽에 앉아계신 분들은 좋은 기회를 만끽(?)하진 못하셨을 법 하네요. 근데 그 때 무대 위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사진은 김광민 선생님 오시기 전까지 건반을 맡고 계셨던 남여사님입니다.5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에너지가 굉장하시던데요. 제가 앉은 자리가 건반에서 제일 가까웠던 관계로, 조명 그늘 아래서 발톱이 반짝이는 것 까지 보일 정도였다는…

어쨌거나 트위터 유저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연주도 하고 랩도 하고 뛰어오르는 무대는 개개의 세션뿐만 아니라 무대와 관객이 직접 교류하고 느끼는 진짜 2.0의 면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리사+민우치님의 아리랑 공연도 진정한 대박. 이 번 공연은 대박이 아닌 코너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달까요.

오빤 원래 이런 사람이었단다

한시도 몸을 가만 내버려 두지 못할 만큼 흥겨운 무대들이 끝나고 마지막 무대에 앞서 남궁연씨는 ‘김광민씨가 많이 취하셔서 못 옴’하고 드립을 치셨지만, 실패. 역시나 기대를 져 버리지 않고 등장!

Blue Bossa를 시전중이신 Min Kim aka 뜨거운 오빠

솔로 곡으로 ‘Blue Bossa’를 들려 주셨습니다. 보통은 피아노+색소폰 합주로 많이 들었는데, 건반만으로 수놓는 버전은 서정성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더군요. LED로 정성들여 만든 배경과 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무대였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이제 김광민 선생님은 가식의 허울을 벗고 레알 뜨거운 오빠로 거듭나 살거라는 남궁연씨의 선언이 있고 난 후, 끝 곡으로 ‘오빤 원래 이런 사람이었단다’를 다같이 열연. 그야말로 건반만으로 소녀팬들의 뼈와 살을 녹여버릴 듯한 연주가 터져나오고, 수줍은 김광민이 아닌 무대를 장악하는 거친 마왕을 그 자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상당히 근거리에 있었기 때문인지 좀 압도 당하는 느낌까지도 들더군요. 대단한 무대였습니다.

마지막 곡이 끝난 후엔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튀어 나가듯이 일어서서 기립박수. 공연을 많이 다녀보진 않았지만 애초부터 스탠딩이 아닌 공연에서 기립박수로 끝나는 공연은 오늘이 처음이었네요.

돌아오며

기껏 준비해간 우산이 미안해 질 정도로, 후덥지근한 비닐 하우스같은 날씨에 기력이 다 쇠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서울 곳곳에서 국지성 소나기가 내린다는 트윗들이 트위터로 타전되어 오긴 했습니다만, 정말 너무 더웠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공연은 어디가서 쉽게 얻지 못할 감동을 많이 얻어온 거 같아서 매우 뿌듯하고 보람찼습니다. 멋진 무대 보여주신 주자 분들과, 공연을 준비해주신 스텝분들, 그리고 이 행사를 처음 앞장서서 만들어준 남궁연씨와 인텔 코리아 한인수 이사님께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아마, 이번 공연의 여파로 다음 번 공연 예약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는군요. 벌써부터 다음 공연이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공연 당시의 현장 분위기나 뒷풀이 분위기를 살짝 엿보실 분들은 아래 블루노트 모임페이지를 방문해 보시면 됩니다.

그 외에

  1. 사실 트위터로만 교류할 때는 이 분이 높은 분인 줄 몰랐음. 과장님이나 대리님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동안이셔서;;;
  2. 큰일입니다. 웃을 일이 아니예요.
  3. 맨위의 사진은 사무실을 나서며 찍은 사진입니다.
  4. 게다가 공연장이 지하 4층이라…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레알임. 이쁜 언니들 땜에 그런 거 아님
  5. 남궁연씨와 종씨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