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9
겨울입니다. 누가 뭐래도 이제 내복을 꺼내 입을 계절이 되었습니다. 아침 출근길, 길바닥에 물이 꽁꽁 얼어있고, 사람들은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르며 종종 걸음으로 일터로 향합니다. 차디찬 바람이 욱신거리는 턱관절을 식히며 스쳐 지나갑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개인의 사생활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완전한 통제 사회로의 발전을 경고했습니다. 몇 년전 구글의 어마어마한 성장세를 두고서 나중에 구글이 이 세계의 빅브라더가 되는 것은 아닌가 염려하는 시선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통제 사회는 단순한 국가 권력이나 첨단 기술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가 그렸던 실로 영화와 같은 상황은 사실 다른 면모로, 그것도 차근 차근 바로 우리 코앞에서 진행되어 왔던 것입니다.
거대 권력, 첨단 기술. 이런 것들에는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1984′의 메세지에 너무나 집중했던 탓인지, 자본만으로 그것이 구현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나봅니다. 요즘 삼성 사태를 지켜보면 이미 삼성은 ‘빅브라더’가 되어 이 나라는 좌지우지하는데 성공했다고 봅니다. 돈의 힘 앞에 정부는 힘 없이 무릎을 꿇었고 검찰 기관 역시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국민의 눈과 귀가 된다고 자기 내들 보도자료에만 살짝 써 놓고 금방 잊어버리는 언론인이라는 작자들은 이미 아주 오래전에 거대 자본의 꽁무니에서 떨어지는 단물을 빨아먹느라 똥인지 된장인지에 대한 아주 사소하고 기본적인 판단력마저 잃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된 사고 능력이란 이제 정말 소수의 한정된 계층만 갖게된 속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선판이 돌아가는 꼴을 보면 더욱 소름끼칩니다. 정치인이 거기서 거기라는 건 뭐 너무 들어서 귀가 따갑습니다만, 어차피 대통령도 사람이 하는 겁니다. 만화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수퍼 히어로가 대통령이 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내는 세금으로 돌아갈 나라라면 최소한 사람다운 사람이 대통령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엊그제까지도, 아니 지금도 온갖 욕을 먹던 사람이 자기는 떳떳하답니다. 참말이지 염치가 없어도 이럴 수는 없는 겁니다. 염치가 무엇입니까? 부끄러움을 알고 자기 잘못을 뉘우쳐 사람다움을 지켜간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염치도 없는 그런 자들을 어찌 사람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데, 그런 사람들을 우두머리로 삼은 자들의 작태는 한심하다 못해 안타까워 한숨이 날 지경입니다.
눈 앞에 작은 이익을 쫒다보니 먼 미래는 커녕 당장 한 두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어른들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어떨까요? 뭐 좀 다른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수능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가 어제까지 마감이었는데 엄청나게 쏟아졌다는군요. 물론 좋은 성적 받아서 좋은 대학 가면 자기도 좋고 왠지 효도한 느낌도 들어서 뿌듯하겠지만 그런 한 두 문제 자기가 쓴 답을 정답처리 해준다고 해도 산골짝에 위치한 경치 좋은 학교에서 서울 도심에 있는 학교로 갈 수 있는 대학이 바뀌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정말 한심스러운 건 이번 수능을 본 꼬꼬마 친구들이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어쩌구 저쩌구 아주 UCC 동영상까지 만들어서 배포하던데, 그것도 참 우습지요. 해마다 수능 응시자 수는 줄고, 전체 대학 모집생수는 늘어갑니다. 그리구 그 안에서 등수 매기기는 자기들끼리 어쨌든 해야하는 것입니다. 전국에 모든 고3학생들이 손잡고 명문대만 갈 수는 없는 거잖아요.
친구들과 비록 국가적 차원은 아니더라도 희망을 이야기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쉬는 날도 없고 삶이 힘들었지만 그 때 그 자리만큼은 참으로 즐거웠더랬지요. 다만 요즘은 그들을 자주 볼 수 없어서가 아니라, 눈뜨고 귀를 열어두면 참으로 답답하고 암담한 소식만 들려오니 기가 차고 머리가 아픕니다. 혈압이 올라 뒷목이 뻣뻣해짐을 느끼고, 가끔 하늘을 바라보지만 이 땅의 미래는 아쉽게도 보이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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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sooop님과 같은 젊은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숨을 쉴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건강하세요. ;)
//soyoyoo
댓글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조심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