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되면서 등장하는 오프닝 크레딧을 무엇보다도 두 눈 부릅뜨고 집중해서 보아야하는 영화중에 하나입니다. (2001년엔가 개봉했던 ‘인랑’과 마찬가지로 말이지요) 하지만 굳이 집중해서 보려고 하지 않아도 워낙에 멋지고 재치있는 화면들이 이어지니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간의 끈끈한 정(?)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이러한 두 나라의 관계에 중동의 종료/문화적 특수성이 가미되면서 국제 정세는 점차 아슬아슬해지지요. (적어도 미국이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오사마 빈 라덴의 911테러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구요. 어쨌든 미국은 사우디 왕가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노릇이고, 사우디 역시 자기 나라의 최대 손님인 미국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지요. 게다가 가장 큰 손님이 국제적으로 유명한 깡패 아닙니까.

그러던 와중에 영화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우디 내 미국 석유회사 직원 거주단지에서 2차례의 폭탄 테러가 발생하여 정말 많은 사람이 죽게됩니다. 현장에 나가있던 김기자 자신들의 동료를 잃은 FBI 대원들은 사우디 왕자를 협박 반 회유 반으로 구워 삶아서 범인을 잡으러 사우디로 밀입국하기에 이르며, 이제부터 본격적인 영화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실 이 영화가 단순히 막장 폭력 액션 영화이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이름도 빛나는 ‘마이클 만’이 제작에 참여하여 엄청난 입김을 불어 넣었음에 분명한 총격전 신들만큼은 엄지손가락 두 개를 치켜 올려줄만큼 뛰어납니다. 특히 마지막에 펼쳐지는 시가전은 대단하지요. ‘블랙 호크 다운’의 총격전도 거의 현장에서 구경하는 듯 실감나는 현장감이 대단했지만 ‘킹덤’의 시가전은 보다 디테일하고 격정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마치 ‘흡’하고선 숨을 멈추고 화면을 응시하게 만들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라고 말하게 만드는 것은 총격적 한 부분이 아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드라마가 무척 짜임새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단 몇일 사이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보여줄 것만 보여주고 부각시킬 것을 잘 부각시킨 느낌이지요. ‘패리스’는 미국인이 아님에도 거의 주연으로 드러납니다.꼭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부각시켜서가 아니라, 영화 ‘킹덤’은 마치 다큐멘터리의 시선으로 수사관들의 행적을 쫒아 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미국 영화이면서도 ‘미국만세 영웅만세’ 따위의 구태 의연한 설정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 ‘테러와 폭력’에 관한 나름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지요.분명 종교적인 이유로 테러를 감행하는 단체들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성전’이 되겠지만, 아니 조금 더 정확히는 그런 단체의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성전’이 되겠지만 실제로 작전을 수행하는 많은 이들에게 있어 ‘성전’이라는 단어는 그저 사탕발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그냥 현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사상을 갖고 있고 하는건 전혀 괘념치 않은 단순하 무차별적인 폭력일뿐이라는 겁니다.

성지를 짓밟은 미국인들에 대한 처벌이라고 생각하며 ‘거룩한 전쟁’을 선포했지만 결국 그러한 테러로 인해 고통 받는 것은 자국민이며, 자신들의 가족이고 또한 스스로입니다. 그리고 약간의 입장차이만 감안한다면 그것은 미국에 대해서도 전혀 다를 바가 없지요. 사우디에서의 폭탄 테러로 동료가 희생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제이미 폭스가 제니퍼 가너에게 했던 대사는 폭탄 테러 지도자인 아부함자가 죽을 때 했던 대사와 묘하게 일치합니다.

괜찮아, 다 죽여버리면 되지

sooop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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