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7 :: 어거스트 러쉬 (August Rush)

먼저 본 영화들에 대해서 먼저 써 보려고 하였으나,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 하는 부분도 있고 해서 일단 그나마 최근의 본 순서대로 하나 하나 쓰는 편이 나을 듯 해서 지난 금요일에 시사회에서 보게 된 ‘어거스트 러쉬’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호흡하는 천재의 이야기

우선 이 영화는 뭐랄까 좀 애매한 장르의 영화입니다. 음악이 매우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뮤지컬 영화는 아니구요. 음악을 소재로 했다고는 하지만 ‘원스’와는 매우 다른 양상이지요.(원스는 뮤지컬 영화인 동시에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기본적인 뼈대는 주인공 ‘에반’이 음악을 통해 부모를 찾아 떠나는 험난한 (막판에는 매우 김빠지지만) 여정을 다루는 모험영화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엄마/아빠의 러브스토리가 가세해지면서 스토리는 점점 흥미진진…해지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의 소재는 그 자체로 양날의 검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사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데에는 시각적인 것보다 청각적인 것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하고요. 게다가 사람들은 DVD를 구매하는 일에는 그리 익숙치 않지만 OST를 구매하는 것에는 그나마 익숙한 편이어서 좋은 음악이 소재가 된다면 장사도 그만큼 더 잘할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런데 음악은

하지만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했던가요. 물론 영화의 품질은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똘똘하고 연기도 잘하는 귀여운 아역 배우가 주연을 맞고 있고, 그 아버지라는 사람은 정말이지 진짜 잘 생겼거든요. 음악도 많이 나오고 적당히 감동적인 그야말로 CJ에서 야심차게 ‘수능 끝난 여고생용’으로 만든 영화라는 걸 단박에 직감할 수 있었지요. 아마 그런 이유로 국내 흥행에서는 성공할 듯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영화는 ‘원스’의 성공을 보고서 재빨리 만든 영화는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합니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가장 큰 주제인 ‘음악’이 좀 구리거든요.

영화의 도입부에서 나타나는 요상한 프레이즈는 영화 전반을 걸쳐 지겹도록 반복됩니다. 하지만 그 프레이즈 역시 그리 신선하지가 못하더군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멜로디. 게다가 관객을 정말 ‘수능 끝난 여고생’급으로만 판단했는지 영상에서 손은 “파솔라”를 순서대로 짚어나가지만 소리는 “미솔파”로 나는 한심한 작태라든지. 너무나 작위적인 느낌들도 한숨이 나게 합니다. 하지만 더더욱 결정적인 문제는 주인공 ‘에반’이 보여주는 놀라운 천재성을 이 영화의 음악감독들은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영화중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모른채 (당연히) 공원에서 만나 맞기타질을 하는 부분에서는 그나마 흥이 조금 납니다만, 아빠의 엄마의 공연에서의 소리가 합쳐지면서 하나의 음악으로 들리는 듯한 부분은 영 귀에 거슬립니다. 에반이 처음 뉴욕으로 와서 도시의 온갖 소음이 음악으로 정리되는 부분도 그다지 천재적으로 보이지는 않아요. 차라리 예전에 어떤 공익광고에서 공장에서 나는 소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들로 배경음악을 만들었던 것이 훨씬 나았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끝으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에반의 랩소디는 그냥 할 말이 없다고 하는 편이 가장 솔직할듯 합니다.

낚였다는 기분은 들지만

조금 낚였다는 기분은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우리의 주인공인 꼬꼬마의 연기는 정말 훌륭합니다. 다른 어느 영화에서도 본 듯한 얼굴인데요. 앞으로 가능성이 많을 거 같네요. 아까도 말했지만 아빠로 나오는 아저씨도 정말 잘 생겼지요. (게다가 늙지도 않아요) 뭐 이 정도만 하면 수능 끝낸 여고생들의 단체 관람작으로는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화가 나는 부분은 구혜선씨가 나온다고 해서 기를 쓰고 찾아봤지만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는 점인데요. 어디서는 ‘카메오’로 나온다고 하던데 사실 카메오의 의미는 흐릿한 배경으로 스쳐지나가면서 나온다의 의미는 아니잖아요.

Sunday, November 18th, 2007 Mov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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