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31 :: 바르게 살자

완전소중 정재영씨

정재영씨가 나오면 무조건 보는 겁니다. 숩은 수많은 후회를 했습니다. ‘마이 캡틴 김대출’도 극장에서 보질 못했구요, ‘나의 결혼 원정기’는 아마 무슨 일이 있어서 그것도 극장에서 보질 못했습니다. 후에, ‘나의 결혼 원정기’는 피씨방에서 몰래 눈물 훔쳐가면서 보았다가, 요즘은 틈나면 하나포스 사이트에서 무료로 (숩은 하나로 통신 사용자랍니다) 보면서 또 눈물 훔치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에 정재영씨가 나왔으면 진짜 재밌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만, 주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어쨌든 이번에는 그냥 정재영씨가 나오는 포스터 한 장만 보고 ‘무조건 본다’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무조건 봤습니다.

시나리오 자체는 배우 정재영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역을 정재영이 아닌 누가 할 수 있을까란 의심은 물론 눈꼽만큼도 하지도 않았고, 할 필요도 없을만큼 그동안 정재영씨가 만들어온 캐릭터의 총결산과 같은 느낌입니다. 평소 정재영씨의 팬이라면 (뭐 물론 지금쯤 당연히 이 영화를 보셨겠지만 말이지요) 안 보면 무조건 후회하는 종류의 영화라고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겠네요.

영화의 결말은 앞부분에서 관객을 들었다 놓았다 했던 것에 비하면 그리 재기 발랄하지 못했고, 정재영씨의 무한 매력 발산 콤보 덕분에 귀엽디 귀여운 영은씨가 (아, 전 영은씨가 논스톱때 하고 나왔던 그 머리스타일이 너무 좋던데) 비중면이나 풍기는 아우라 면에서 너무나 밀리고 있다는 느낌은 조금 서운한 부분입니다. 아, 물론 영은씨도 좋지만 여기선 ‘나의 결혼 원정기’의 수애씨 이야기를 하는겁니다. 허허.

스토리 자체는 쉽습니다. FM의 길을 항상 걸어온, 유도리라곤 전혀 없는 한 경관이 모의 훈련에서 은행강도 역을 맡게 됩니다. 눈치 없는 신임 서장은 ‘이건 명령이다. 최선을 다해라’라고 하는 것이지요. 엄훠, 근데 이 아저씨 너무 열심히 은행강도 임무를 수행합니다. 비상벨 울리고 여유있게 잡으러 가면 쉽게 끝이 날 것 같은 훈련은 밤 늦도록 대치되는 급박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재미 삼아 지역 방송국 취재를 시작한 것이 말미에는 전국 방송으로 아홉시 뉴스를 타게 됩니다. 게다가 너무나 성실하였던 이 분은 그냥 무식하게 성실한게 아니라, 공부까지 열심히 하고 온 탓에 출동한 진압팀마저도 골로 보내버릴 뻔 하는 겁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경찰을 훤히 뚫어보고 있고, 그 어떤 협상도 통하지 않는 ‘테러리스트’가 되어버린 은행강도를, 사건이 발생 지점의 예상 경로가 곧 있으면 관내를 벗어난다고 좋아하는 경찰들이 잡기에는 결코, 절대, 무조건 말도 안되는 것이겠지요.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영화는 그리 사회적인 풍자나 비판적 시각 같은 건 거의 담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이 영화에서 급박하고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것은 강도 역을 맡은 한 경관과 그와 대치하고 있는 서장의 캐릭터 뿐입니다. 나머지 인물들은 충분히 이 상황을 필요한 만큼만 알고 있고, 그래서 매우 느긋하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장과 일일 강도 사이의 긴장감 자체는 꽤나 비중있게 다뤄지면서도 극과 별도로 놀지는 않는 안정감을 함께 유지합니다. 또한 그냥 ‘모범생적’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허를 찌르는 전략을 구사하며 경찰과의 대치에서 우위를 선점해가는 과정 역시 흥미 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사람이 한 명도 죽지 않고서도, 액션 영화 못지 않은 재미를 또 선사하는 것이죠.

약간의 씁쓸함

극중에서 대충 이런 내용의 대사가 있습니다. “경찰 할 때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도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왕따 취급만 당했는데, 은행 강도를 할 때 최선을 다하니 이런 일도 다 있네요” 그런데 이건 이상하게 공감이 갑니다. 전 그게 좀 씁쓸했습니다. 다른 사람한테 사기나 치고 다니는 크고 작은 사기꾼들은 물론이고 평범한 필부들과 일부 모범생 스타일의 삶을 영위하시는 분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공감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최선을 다하고 요령피우지 않고, 지킬 거 다 지키고 사는 사람이 손해보는 사회. 이것이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사회상이란 겁니다. 원리, 원칙에 충실한 거 다 좋지만 그럼 결국 손해본다는 인식이 너무나 팽배하게 번져 있어서, 우선 저 조차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뭐 해 먹고 살지?’ / ‘돈 벌려면 딱 두 개야. 부동산 투기를 하든가, 사기를 치는거’와 같은 농담을 많이 하지만, 요즘은참 그런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그런 꼴들을 실제로 많이 보게 되니 자조의 비웃음만 실실 새는 군요.

법이 있어도 소용이 없으면서, 약자에게만 엄격하게 그 잣대를 들이밀고, 그러면서도 ‘민주 국가’이고 ‘법치 국가’랍니다. 자본 주의에서는 돈이 없으면 ‘국민’ 취급도 해주기 어려운지는 고등학교때 정치 경제 과목을 소홀히 했던 본인의 잘못으로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요즘 듣고 보고 생각나는게… 그게 교과서가 알려주지 않는 무서운, 또 어두운 진실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아니 확신이 듭니다.

  • http://nari.egloos.com nari

    정재영이 악역을 맡은 적이 있었든가… 생각 중.

  • http://min9nim.kr 키팅

    영화 정말 재밌게 봣어요~ㅎㅎ
    여기 트랙백 받아주는 곳이 없는거 같네요;
    미약한 수동트랙백 남깁니다ㅎㅎ http://min9nim.kr/221

  • http://soooprmx.com/wp sooop

    nari //
    음.. 있었던것 같기도 한데… – _-;;;

  • http://soooprmx.com/wp sooop

    키팅 //
    키팅 선생님께서 방문해주셨군요.
    트랙백은 http://soooprmx.com/wp/archives/274/trackback 여기로 남기시면 되는데.. 요게 잘 안보이셨나봅니다. 어쨌든 트랙백 감사합니다 ^^

  • Pingback: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듣고 느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