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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3 :: 북촌 방향

북촌 방향? 아 합승합시다.

옥희의 영화 때였다. 홍상수 감독에게 ‘대중성’이라는 게 조금씩 섞여 들어가는 것을 느낀 것은. 그것은 여느 다른 영화로의 희석이 아니라 ‘매니악함’으로 시작되던 팬덤을 넘어서 ‘보통 사람’들이 드디어 극장에서 홍상수 영화를 보면서 낄낄대기 시작하는 것이 부쩍 늘었다. 아니 그것을 감지할만큼 객석이 많이 차있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이 옥희의 영화가 압구정동에서 개봉했다는 사실 자체가 좀 아이러니 했지만 말이지)
홍상수 영화의 리뷰는 참 쓰기가 꺼려지는 글 중의 하나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첫째로 영화 자체가 리뷰까지 쓰려고 하기에는 뭔가 심오한 것을 담고 있다고 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력 혹은 내공이라고도 바꿔 부르는 글빨을 세워서[1. 물론 그런 글빨도 없거니와] 쓰는 리뷰는 결국 ‘평론 비슷한 글’로 흐르기 십상인데, 그건 결국 홍상수 영화가 그리고 있는 인물들의 공통적 특성 -허세를 앞세운 그 처연한 찌질함-을 나도 공유하고 있다는 암묵적인 동의 같아서다.
이번 영화 역시 ‘영화인’ 혹은 ‘영화,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이 “예술하신다는 양반들”이 얼마나 찌질한지를 보여주는 게 사실 그 내용의 전부이다. 갔던데 또 가고 있는 사람 또 있다고 누군가는 ‘홍상수의 인셉션’이라는 표현도 쓰던데 뭐 나름 재밌는 표현인 듯 하다. 다만 인셉션과의 공통점이라면 감독의 역대 작품 중 가장 ‘흥행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정도랄까. 난 홍상수 영화 보러가서 이렇게 객석에 사람 많은 건 처음 봤다. 물론 옥희의 영화도 그냥 CGV에서 봤다 (그날도 사람이 꽤 많은 편에 속했다.) 이건 홍상수 영화의 매니아층이 늘어난다기 보다는 홍상수가 점점 그만의 방식으로 어떤 대중성 같은 걸 조금씩 늘려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최소한, 북촌 방향을 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더 이상 홍상수는 식자들의 찌질함을 까발리는데 주저함이 없을 뿐 아니라 이번에는 이걸 정말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는 거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상황, 어처구니 없는 우연들, 재미도 감동도 없이 뻔한 농담들 그 자체가 코미디라기보다는 그런 상황을 오징어 땅콩 씹어 먹듯이 질근 질근 씹으며 비웃을 수 있는 여지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역대 홍상수 영화중에 제일 재밌었다면 그 역시 과언이 아닐테지.
영화의 교훈이라면, 여자들은 ‘오빠’란 말은 좀 아껴야 제 맛이라는 거 정도겠다.